수출입은행이 창립 40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 여신 공급 규모를 줄인다. 건설과 조선 등 경기 민감 업종의 불황이 계속되면서다. 앞서 산업은행도 처음으로 연간 정책금융 공금목표액을 줄이기로 했다. 양대 국책은행의 기업 대출 조이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
◇ 국책은행, 좀비 기업 솎아내기 가속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25일 '2016년 사업운영방향'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여신공급 계획을 전년 80조 원에서 감소한 75조 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대출은 1조 원 늘렸지만, 보증 목표를 6조 원 줄였다.
▲ 수출입은행 2016년 여신공급 계획 |
수출입은행이 여신공급 규모를 줄인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다. 조선이나 건설 등 수출입은행이 주로 지원했던 산업군의 불황이 지속한 데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여신감리팀'을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행장은 "저유가에 따른 건설·플랜트·조선 등 주요산업 수주 부진 및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것으로, 시장 상황이 개선하면 즉각적으로 여신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설사나 조선사 등 수주기업의 저가수주와 과당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내버려둘 수 없다"며 "산업, 기업을 고려한 구조조정 통해 경제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2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사진=수출입은행) |
앞서 산업은행 역시 처음으로 연간 정책금융 목표를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63조 원이었던 정책금융 목표액을 올해엔 61조 원으로 줄였다. 지난해 통합한 정책금융공사와의 '중복' 공급분에 대해 줄이는 측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산업은행은 특히 조선과 철강 등 경기민감 산업 여신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고, 영업점 대출 잔액목표제도 폐지했다. 좀비기업 등에 불필요한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 이덕훈 행장 "리스크 관리해 자립 경영 노력"
수출입은행은 이밖에 유망 서비스산업 지원액을 지난해 2조 5000억 원에서 올해 3조 5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또 지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ICT, 자동차, 일반기계 부문의 여신 지원도 지난해 14%에서 올해 20%로 늘린다.
이란, 인도, 미얀마 등 신흥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 지원을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활용과 협조 융자를 위한 전담팀을 신설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0.11%(잠정)에서 올해엔 10.09%로 유지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1조 원 규모로 출자를 받았다.
▲ 수출입은행 bis비율 현황 및 전망 |
이 행장은 수출입은행의 재무건전성에 대해 "정책금융기관 특성상 취약산업에 대한 위험 노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선제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포트폴리오를 합리적으로 운용해 자립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