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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C 트라우마' 국민은행, 글로벌 시계 다시 돌리나

  • 2017.02.01(수) 11:13

[인사이드 스토리]홍콩 이어 런던 현지법인 지점 전환
겸영은행 모델 첫 도전...'IB영역 포기' 회의적 반응도

국민은행의 글로벌 투자 시계는 사실상 10년 가까이 멈춰있었습니다. 지난 2008년 인수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참혹한 실패 이후로 말이죠. 

이후 국민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사무소를 제외하면 KB캄보디아은행(2009년), 베트남 호치민 지점(2011년), 중국 현지법인 및 분행(2012년), KB캄보디아은행 똘곡지점(2013년) 정도가 새로 생겼을 뿐입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취임 이후 늘어난 점포는 중국 상해분행이 유일합니다. 최근 2~3년 새 글로벌 네트워크를 빠르게 넓히고 있는 경쟁은행들과 대조되는데요. 그만큼 BCC는 국민은행의 해외 전략에 트라우마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한 달 간격으로 두 가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연초 국민은행의 홍콩 현지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했다는 소식과 함께 '1000원짜리'로 전락한 BCC를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홍콩법인의 지점전환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최근의 트렌드와 달랐으니까요. 실제 홍콩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어서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는데 1년 정도 걸렸다는 후문입니다. 법인보다 지점의 업무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은행권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투자은행(IB)업무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경쟁은행의 홍콩 현지법인에선 투자은행 업무, 그중에서도 신디케이션론에 대한 주관·주선업무 등을 주로 해왔는데요. 지점으로 전환 후 결국 지·상사 영업에 집중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자기자본의 25%를 넘지 못하게 한 동일인 여신한도 규제란 것이 있습니다. 특정 기업에 대출이 쏠려 리스크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건데요. 현지법인의 경우 자기자본이 많지 않아 당연히 한 기업에 대출해 주는 금액이 제한적입니다. 국민은행의 기존 홍콩 현지법인의 자기자본이 1억3000만달러였으니 한 기업에 최대로 해줄 수 있는 대출은 3000만달러에 불과한 겁니다.

이 때문에 거액의 신디케이션론 등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설명입니다. 반면 지점의 경우는 본국의 자기자본을 인정받기 때문에 그 한도가 늘어나는 것이고요. 조달 면에서도 본국의 신용등급으로 조달할 수 있으니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 국민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 <홈페이지 캡쳐>


문제는 지점에서 과연 IB업무가 가능하냐는 것인데요. 일단 지난 2015년 1월 은행법 개정으로 국외점포가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은행업무와 유가증권 업무를 동시에 취급할 수 있도록 겸영의 길을 터줬다는 겁니다.


국민은행은 '유니버셜 뱅크를 적용한 첫 사례'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겸영을 통해 업무 범위의 제약을 극복하면서 영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죠. 같은 이유로 국민은행은 런던 현지법인도 오는 8월을 목표로 지점 전환을 추진 중입니다. 국민은행은 그나마 갖고 있던 현지법인 4곳 중 두 군데를 지점으로 전환하는 건데요. 이와 함께 최근 BCC 매각 결정을 계기로 국민은행은 지난 10년간 발목을 잡아 온 해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도 많습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두 가지를 겸영하면 보통은 리스크를 떠안지 않는 은행 업무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결국은 애초 취지와 달리 IB 영역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는 건데요. 이 때문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홍콩에 현지법인과 지점 두 가지 형태로 진출해 현지법인에서 IB업무를, 지점에선 은행업무를 분담하는 구조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KB증권 홍콩법인과의 협업과 시너지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지점 전환을 통한 겸영은행 모델은 국민은행이 해외 시장에서의 긴 침묵을 깨고 나온 첫 걸음입니다.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 이후 윤종규 회장이 밀고 있는 유니버셜 뱅크 모델의 첫 시험대이기도 하고요. 주변의 우려를 씻고 새로운 길을 트게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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