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38년생)-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48년생) 10년
라 전 회장-이백순 전 신한은행장(52년생) 14년
한동우 현 신한금융 회장(48년생)-고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51년생) 3년
한동우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57년생) 9년.
조 회장 내정자- 위성호 신한은행장 후보자(58년생) 1년.
조용병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차기 신한은행장의 나이 차는 한 살이다. 다소 아슬아슬해보이는 조합이다. 물론 이 둘은 형님아우하는 막역한 사이다. 하지만 지주 회장과 행장간 만남으론 어색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자리를 두고 두 차례나 경쟁을 벌였던 만큼 이 둘은 선후배이기에 앞서 경쟁자에 가깝다. 이것이 7일 새롭게 세팅된 신한금융의 후계구도를 불안하게 보는 요인이다.
나이 차이를 떠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신한은행장 낙점은 지난 6년간 한동우 회장이 그토록 지우고 싶었던 '신한사태'를 또다시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 한 회장은 무거운 짐을 조용병 회장 내정자에게 떠맡기고 떠나고, 위 내정자 역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신한사태라는 '업보(?)'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두 CEO의 능력과는 별개로 다소 우려와 불안 속에서 출항할 새로운 신한금융호가 꽃길 만을 걷게 될지 주목된다.
◇ 여전히 미완의 후계구도?
한동우 회장과 신한금융 안팎의 바람대로 조용병 내정자와 위성호 후보자간 '혁신 코드'가 일치하고 각각 글로벌·자산운용에서의 강점과 핀테크·디지털 역량이 조화를 이루면 신한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보인다. 회장과 행장이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신한의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만들어 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금융권의 우려는 기우로 끝날 수 있다. 신한금융 한 관계자도 "신한에서는 가능한 문화"라고 얘기하고 또 다른 관계자도 "위성호 사장은 이미 두번 쓴잔을 맛봤기 때문에 앞으로 판도를 뒤집는 것은 어렵다"는 관전평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과거 회장과 은행장 간에는 통상 10년 안팎의 차이가 났다. 신한사태 이후 회장의 나이를 만 70세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회장이 물러나면서 자연스레 행장이 바통을 이어받는 이상적인 그림이 가능했다. 반면 조 회장-위 행장 조합에서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행장의 경우 임기가 2년이고, 1년씩 연임하는 구조여서 일단 칼자루는 임기 3년의 지주 회장이 갖고 있다. 회장이 자경위 등을 통해 행장을 결정하는 구조 역시 지주 회장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만년 행장을 바라는 게 아닌 이상 언제라도 뒤집기는 가능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신한은행 내부에서도 "지주 회장과 행장간에 나이 격차가 조금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 어렵게 지웠나 했더니 되살아난 신한사태
그동안 한동우 회장은 잡음 없는 인사를 해왔다. 이 때문에 애초 중순 이후로 예상됐던 신한은행장 선임도 앞당겼다. 하지만 그의 재임기간 마지막 의사결정인 신한은행장 선임은 그 어느 인사 때보다 말들이 많다. 시민단체가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이런 위 사장의 자격을 문제 삼아 공세를 폈다.
의도적으로 이뤄진 일이라 하더라도 이를 계기로 또다시 지난 2010년의 신한사태가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분위기다. 최근들어 위 사장이 행장 후보로 급부상한 배경을 둘러싸고 라 전 회장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는 떠나는 한동우 회장이나 바통을 이어받을 조 회장 내정자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 회장이 지난 6년간 라 전 회장의 영향력을 지우기 노력했던 점에 비춰보면 지배구조 면에서 불확실성과 변수를 키우는 셈이다.
금융권에선 당장 정치권이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는 데 우려를 나타낸다. 신한금융에 정통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사건건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