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카드사 직원은 최근 출범한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을 칭찬하면서도 말끝을 흐렸다. 이 재단은 사용기간을 넘겨 쓸 수 없는 소멸포인트를 서민을 돕는데 활용하는 사회공헌기관이다. 하지만 재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왜 그럴까?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은 지난달 25일 정식 출범했다. 재단은 고객의 몫인 소멸포인트와 선불카드 소멸잔액 등을 사회에 돌려주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추진하는 사회공헌사업은 빚을 성실히 갚은 사람에 대한 소액대출, 영세가맹점에 대한 우대금리 지원 등 다양하다.
여신금융협회 주도로 걷은 출연금은 기존에 조성한 사회공헌기금 66억원을 비롯해 총 300억원이다. 자산 대비 출연금 비중으로 보자면 은행 등 다른 업계보다 4~8배 높다. 사회공헌사업의 규모를 키우면서 출연금 또한 상당해졌다. 여신협회는 "출연금은 연 200억원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출연금에 대해 카드사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하다. 가뜩이나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형편인데 내야할 몫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개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8134억원으로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업계 중하위권 회사 입장에선 (이번에 낸 출연금이) 적은 금액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지난달 25일 공식 출범했다. (사진 제공=여신금융협회) |
재원으로 쓸 소멸포인트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올해부터 출시되는 신용카드의 포인트를 제한 없이 다 쓸 수 있도록 개인회원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카드사들 또한 포인트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등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포인트 소멸을 유도하고 있다.
B카드사 관계자는 "소멸포인트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지금 같은 출연 규모를 유지하려면 별도의 기부금을 추가로 걷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소멸포인트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와 무관하게 '생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감독당국에 떠밀려 억지로 재단을 세운 만큼 예고된 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C카드사 관계자는 "2015년 금융감독원이 회사에 재단 설립 의사를 물었는데, 사실상 무조건 참여하란 소리였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추진된 셈이다.
"나중에 출연금을 줄였다간 카드사들만 욕 먹을게 뻔하죠.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내가야 하지 않을까요?" 한 카드사 직원이 드러낸 업계의 솔직한 심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