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을 한 줄로 요약한 평이다.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가입자에게 내준 보험금을 의미하는 '손해율'을 대폭 개선하면서 자동차보험에서 오랜만에 이익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는 보험사들이 우량 고객을 모으는 데 집중하는 등 수익성을 높인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대부분 손보사가 보험료를 줄줄이 인상한 덕분이기도 하다.
손해보험사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선 보험료를 다시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보험사들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압박의 강도는 더욱 커질 분위기다.
◇ '불량 손님' 안 받는다…공동인수제 논란
최근 손해보험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자동차보험 공동인수제도'다. 공동인수제란 사고 위험이 높은 계약자를 여러 보험사에서 나눠 가입을 받는 제도다. 단일 보험사는 위험률이 높은 가입자를 거절하는 대신 여러 보험사가 함께 위험을 헷지하는 방식이다.
공동인수제는 보험사가 사고 확률이 높은 가입자를 무작정 받을 수 없다는 점과 자동차보험은 모두가 가입해야 하는 의무 보험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동인수 건수가 해가 갈수록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인수로 가입하는 소비자는 정상적인 가입에 비해 보험료가 2~3배 높아 부담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물건은 2013년 4만7000건에서 지난해 47만5000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손보사들이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 지나치게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담합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금융감독원은 관련 제도 개편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부분 보험사가 차 보험에서 손해를 보고 있어 공동인수제를 인정해주는 면이 있었는데 이젠 점차 흑자로 돌아서니 문제가 되는 듯하다"며 "금융당국의 공동인수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정비가 필요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지나친 수익성 추구뿐 아니라 손보사들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도 보험료 인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해 손보사들은 역대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자동차보험에서 일부 손해를 본다고 해서 줄줄이 보험료를 올렸던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 특약 할인 확대 움직임…보험료 인하 언제?
시장에서도 자동차 보험료 인하의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말 차 보험료를 깜짝 인하했고 올해 1월에는 한화손해보험이 업무용 차 보험료를 소폭 내렸다. 메리츠화재 역시 이달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0.7%가량 인하하며 보험료 인하를 통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관련 기사 ☞ [손보 리그테이블]빅3, 차보험 적자 끝냈다
다른 보험사들의 경우 보험료를 일괄적으로 내리기보다는 특약 등을 통해 할인을 해주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운행량에 따라 보험료를 깎아주는 마일리지 특약과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할인해주는 자녀할인 특약이다. 보험사들은 최근 특약 할인을 새로 도입하거나 할인율을 더 확대하는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다만 특약을 통한 할인의 경우 우량 고객 모집을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가격을 내린 것과는 다르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부문 수익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며 "요율 조정이 지속해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우선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보험가격 자율화 이후 보험사들이 줄줄이 보험료를 올렸던 분위기는 이제 가라앉았다"며 "이제 겨우 흑자로 돌아서는 상황이라 당장 보험료를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손해율을 지속해 개선한다면 결국 보험료 인하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비판받는 이유는 보험료만 올렸지 소비자 입장에서 서비스 개선 등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험사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