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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자율화 2년 만에 '끝'…실손보험료 인하키로

  • 2017.06.21(수) 16:27

국정기획위, 민간 실손의료보험료 인하 추진
보험사 '부글부글'…"과잉진료 먼저 해결해야"

금융당국이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해온 보험 자율화가 사실상 중단된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에 따라 민간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상품 개발과 가격 책정에 자율성을 주겠다며 추진한 정책 기조가 2년 만에 180도 뒤집히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실손보험의 경우 대표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품인데 정부가 우격다짐으로 보험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의료업계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있는 비급여코드의 표준화 작업 등 근본적인 개선이 먼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실손보험뿐 아니라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보험 자율화 이후 보험료 인상에만 열을 올리다가 이런 결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실손보험료 조정폭 규제 25%로 원상복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1일 민간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건강보험과 민간의보 연계법(가칭)'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확대하면 민간 보험사가 지급하는 실손보험금이 줄어드는데 이를 통해 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방안이다.

정부는 지난 5년간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면서 민간 보험사들이 얻은 반사이익을 1조 5000억원 가량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보장하는 민간 보험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민간 실손보험료 인하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만큼 강력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내년 상반기 중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실손보험료 조정폭 규제를 2015년 이전 수준인 25%로 강화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에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 보험 가격 자율화 '종료'…보험업계 반발

정부가 이번 방안을 내놓으면서 2015년 10월부터 추진해왔던 보험 자율화 정책 기조는 '없던 일'로 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당시 보험사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설계하고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화 방안을 내놨다. 실손보험료의 경우 25%인 보험료 조정 한도를 2017년에 30%로 인상하고 2018년에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결국 없던 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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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실손보험은 보험사들이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라 보험료를 올렸는데 이를 다시 막는다는 건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0~140%가량이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보다 내놓은 보험금과 사업비가 더 많아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또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고 있는 과잉진료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비급여 진료 항목은 표준화돼 있지 않고 코드와 명칭 등이 병원마다 달라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이와 관련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비급여 의료비"라며 "선제적으로 비급여 항목의 명칭·코드의 표준화 등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구축한 뒤 실손보험 상품에 대한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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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자율화 이후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에만 열을 올린 점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다. 보험 자율화의 취지는 보험사들이 다양한 상품 개발과 가격 책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건데 잇속 챙기기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사들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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