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 실손의료보험 인하 가능성에 보험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 책정의 적정성을 따져봤지만 큰 문제는 없다는 뉘앙스의 결론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의지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어느 정도 실손보험료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언제 어느 정도까지 끌어내리느냐가 될 전망이다.
▲ 금융감독원 권순찬 부원장보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실손의료보험 감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감원) |
◇ 금감원 "일부 상품 문제…전반적으로는 적절"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실손의료보험 감리 결과를 내놨다. 국내 24개 보험사 중 21개 보험사가 일부 상품에서 보험료를 부당하게 책정했고, 이는 건수로는 40만 건 금액으로 보면 100억원 수준이라는 게 골자다. 관련 기사 ☞ '주먹구구식' 실손보험료 손질한다
금감원의 발표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 책정을 적정하게 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읽히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해진다. 보험료가 부당하게 책정된 건수는 전체 실손보험 계약 3200만 건 중 1.2%에 불과한 40만 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는 적절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금감원이 "대부분 보험회사가 보험료 산출기준과 절차 관련 내부통제기준을 적절히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예상 밖의 '총평'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업황에 미치는 영향 미미…오히려 적정성 확인"
보험 업계 안팎에서도 금감원의 '총평'에 주목하고 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감리 결과의 하이라이트는 (금감원이) '실손 손해율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실손보험료 인상 폭은 과도하지 않다'고 언급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금감원의 지적 사항에 대해 생명보험사는 매출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 손해보험사 역시 일부 회사에 국한되었다는 점에서 업황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도 "금감원의 지적한 일부 상품에 대해서는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치면 된다"며 "금감원의 평가처럼 전반적으로 보험료 책정이 적정하다면 내릴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보험사 '심리적' 압박…인하 시기·폭 등에 촉각
다만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보험료 인하 의지가 강한데다가 정책 변화도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일단 실손보험료를 감리한 것 자체가 정부의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의 감리 결과가 발표되자 손해보험사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강승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감독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향후 보험료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민간 보험사의 손해율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적어도 보험료를 추가로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결국 '미리' 보험료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까지나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손해율을 끌어내리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금감원, 금융위원회, 보험개발원, 보건복지부 등으로 구성된 '공-사 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정부 정책이 실손보험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