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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연임? 노조 의견에 동의하세요?"

  • 2018.03.23(금) 18:18

KB지주 정기주총, 노조 제안 안건 모두 부결
윤종규 회장-노조, 채용비리·셀프연임 놓고 공방


"노조가 제안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건은 찬성이 4% 정도밖에 안됩니다. 괜히 시간낭비 하지 맙시다."

23일 여의도 KB금융 사옥 4층 강당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정기주총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KB금융노동조합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주총장 정식 표결 여부를 묻자 자신을 소액주주라고 밝힌 한 주주가 이렇게 말했다.

◇ 국민연금도 반대한 KB노조 주주제안

이날 주총의 뜨거운 감자는 KB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었다. KB노조는 소수주주 제안권을 통해 노동경제학자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지난해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한데 이어 두번째 사외이사 선임 시도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권 교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출석주식수의 95.77% 반대로 부결됐다. 찬성은 4.23%에 불과했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함께 제안한 정관변경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B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공직 또는 정당에서 활동한 기간이 2년 이상인 자'를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이사로 선임할 수 없게 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토록 한 정관변경안을 제안했다. 

이 정관변경안은 각각 4.29%, 31.11%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정관변경안이 통과되려면 참석주식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반면 ▲재무제표와 주당 1920원의 총 7667억원 현금배당 승인 ▲이사회 내 위원회 폐지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관변경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유석렬·박재하·한종수 사외이사 재선임 ▲이사 보수한도의 승인의 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같은 주총 결과는 어느정도 예견됐다. 지난 16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KB노조가 제안한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의견을 냈다. KB금융지주는 JP모건을 포함한 외국계 주주가 전체 지분의 65.99%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KB금융지주 지분 9.79%를 보유하고 있는 단일 최대주주 국민연금도 지난 21일 KB노조가 제안한 안건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B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할 당시에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번에는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안된다"며 반대했다.

▲ 22일 여의도 KB금융지주 빌딩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직원들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셀프연임? 노조 의견에 동의하세요?"

이날 주총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1층 로비에서는 KB노조 관계자들이 윤종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채용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윤 회장 친인척 채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주총장에서도 윤 회장과 KB노조간 공방이 이어졌다. KB노조 관계자는 주총 의장을 맡은 윤 회장에게 "최근 여러 은행장들이 잇따른 채용비리로 사퇴하고 있는데 본인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나름대로 3년동안 인사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고 충실하게 응하고 있는 만큼 수사결과 기다리면서 소명하겠다"고 대답했다.

양측의 공방은 '셀프 연임'으로도 이어졌다. 노조 관계자가 "사외이사들이 회장에게 종속되어 (지난해) 셀프 연임을 도왔다"고 지적하자 윤 회장은 "신중하게 발언해달라"며 주주들에게 "노조 의견에 동의하세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윤 회장은 "이사회에 CEO인 제가 영향을 미친다는 오해가 있는데 나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CEO 후보 추천은) 사외이사들만의 결정이고 앞으로도 사외이사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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