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후보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의 '시선'을 의식해 현 최고경영자를 사외이사 선정과정에서 빼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 사외이사 추천, 금융당국 지배구조 감사 결과 발표 등 민감한 문제가 남아있어 업계에는 긴장감이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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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 노사, 사외이사 선임 '표대결'
KB금융지주는 최근 사외이사 3명을 후보로 최종 선정했다. 선우석호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법무법인 남부제일 대표 변호사 등이다. 최 후보는 KB금융 주주(APG Asset Management Asia)가, 선우 후보와 정 후보는 인재 추천회사인 서치펌이 각각 추천했다.
후보 선정 과정은 마무리했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노동조합이 소수주주 제안권으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23일 열리는 주총에서 회사가 추천한 후보 3명과 노조가 추천한 후보 1명이 사외이사 자리를 두고 '표 대결'을 벌이게 됐다.
사외이사 선임안은 의결권 주식수의 4분의 1 이상 참석, 참석 주주의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노조는 KB금융 지분 9.79%를 가진 1대주주 국민연금이 작년말 임시주총에서 노조를 지지한 만큼 올해 표대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를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주총에서 상임감사를 선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4년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내분을 겪은 뒤 상임감사 자리는 3년째 비어있는 상황이다. 친정부 성향의 인사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달 "상임감사 후보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자질 위주로 뽑겠다"고 말했다.
◇ 추천 끝낸 '신한'-고민하는 '하나'
재일교포가 주요 주주인 신한금융지주는 지배구조 개선 압력은 덜받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사외이사 선정 시스템을 정비했다. 사외이사 추천경로를 사내 추천 중심에서 외부자문기관으로 바꾸고, 투표방식을 기존의 '합의 추천'에서 '무기명 투표'로 변경했다. 이 기준에 따라 신한금융은 최근 박병대 성균관대 석좌교수,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 최경록 전 게이오대 연구원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다음달 사외이사 7명중 6명의 임기가 끝나지만 기존 사외이사를 연임할 지, 새 후보를 내놓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사외이사들은 지난달 회장 후보 선정을 연기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금융당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부담이 있다. 하지만 김정태 회장의 3연임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외이사를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주총은 다음달 넷째주에, 이사회는 늦어도 주총 2주전에는 열릴 것"이라며 "이사회가 열려야 사외이사 연임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친 정부 성향의 사외이사를 선정한 은행도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지난 14일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는 지난 대선때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한 금융단체다. 반면 임기가 올해 말까지였던 성효용(성신여대 교수) 사외이사는 이번에 중도 사퇴했다.
오는 4월 사외이사 4명 임기가 만료되는 농협금융지주는 다음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할 계획이고, 우리은행은 사외이사 임기만료가 오는 12월이라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전북은행 등을 운영하는 JB금융지주도 올해 3말 사외이사 5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아직 연임 여부나 신임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 사추위서 빠지는 CEO..당국 지배구조 검사결과 변수
올해 사외이사 선정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금융지주 회장이 사추위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회장은 사외이사를 뽑고, 사외이사는 회장을 뽑는다는 금융당국의 셀프연임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검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어서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우선 KB금융은 지난 8일 열린 이사회에서 규정을 개정해 윤종규 회장을 사추위에서 제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이달초 사추위에서 물러났다. 두 금융지주 모두 최근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은 상황이라 한발 빠르게 사외이사 선정 제도를 정비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회장의 사추위 배제 여부를 두고 고민중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사추위의 회장 배제 안을 두고 최근 이사회에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방 금융지주사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대구은행 등을 자회사로 둔 DGB금융지주는 최근 박인규 회장을 임원후보추천후보위원회에서 제외하고 서인덕 영남대 명예교수와 이담 법무법인 어울림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부산은행 대주주인 BNK금융지주도 작년 김지완 회장이 임추위에서 물러났다. BNK금융은 오는 3월 사외이사 3명의 임기가 끝나 회장을 제외한 임추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현재 진행중인 지배구조 검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회장 선정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하나금융을 향해 "그 사람들이 (금융당국)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감독당국으로서 역할을 계속할 것이고, 지배구조 점검 결과는 곧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점검 결과에 따라 사외이사 뿐 아니라 최고 경영자에게 불똥이 튈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