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은행지주회사 가운데 사외이사 연봉순위 상위권을 독식했다. 이 회사의 최영휘 사외이사(이사회의장) 연봉은 9500만원으로 전체 은행지주회사 사외이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12일 비즈니스워치가 8대 은행지주회사의 2017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작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년 만근을 한 사외이사 40명의 평균 연봉은 6263만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그룹내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순수지주회사가 아니어서 은행 연차보고서 분석에서 다룬다.)
월정액 개념의 기본급 4648만원에 회의참석·직무수당 등 각종 수당 1615만원을 합한 것이 연봉이다. 수당은 이사회의장·감사위원장 등 직책수당과 이사회·리스크관리위원회 등 각종 회의참석수당을 포함하며 회사별로 산정방식이 다르다.
사외이사 평균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KB금융지주로 8783만원이다. 이어 ▲농협금융지주 6793만원 ▲BNK금융지주 6554만원 ▲신한금융지주 6475만원 ▲한국투자금융지주 6040만원 ▲하나금융지주 5905만원 ▲JB금융지주 5442만원 ▲DGB금융지주 4110만원 순이다.
KB금융 사외이사 평균연봉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이유는 기본금과 수당 모두 높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8개 은행지주회사 가운데 기본급이 두번째로 높고 수당은 압도적인 1위이다.
우선 KB금융의 기본급에는 직책수당이 포함돼 있다.
이사회의장인 최영휘 사외이사의 기본급은 6000만원(월 500만원), 리스크관리위원장·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평가보상위원장·감사위원장을 각각 맡은 박재하·유석렬·이병남·한종수 사외이사 기본금은 5400만원(월 450만원)이다.
반면 별도 보직이 없는 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는 4800만원(월 400만원)을 받는다. 따라서 이사회의장과 각 위원장은 기본급 외에 각 월 100만원, 월 50만원의 직책수당을 더 받는 구조다.
KB금융은 특히 회의 수당을 많이 준다.
일반적으로 이사회와 각 위원회 참석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사례가 많은데 비해 KB금융은 참석수당에 차등을 두지 않기 때문에 많을 수밖에 없다. 이사회와 각 위원회 1회 참석마다 회당 100만원을 지급한다. 통상적으로 사외이사 활동시간에는 회의 1시간당 안건검토 1시간을 적용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KB금융의 회의수당은 시급 50만원(100만원/2시간)꼴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이사회 100만원, 각 위원회 50만원씩 차등 지급하고 농협은 각각 50만원, 30만원을 준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사회와 위원회 모두 각 50만원의 참석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8개 은행지주회사 사외이사 40명의 개인별 연봉을 따져봐도 상위 1~6위를 모두 KB금융 사외이사들이 독식했다.
최영휘 사외이사는 기본금 6000만원과 회의수당 3500만원을 합쳐 9500만원을 받았다. 최 이사는 작년 한해 이사회 15회, 감사·리스크관리·지배구조·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총 45차례 회의에 참석했고 같은날 열린 회사에 중복지급하지 않는 원칙을 감안해도 회당 100만원씩 총 3500만원의 추가 수당을 받은 것이다.
특히 KB금융은 보수총액에 포함하지 않는 종합건강검진도 제공한다. KB금융 측은 건강검진권을 금액으로 환산해 기재하진 않았으나 윤종남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의장이 작년 46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받은 것을 대입해보면 최영휘 KB금융 이사회의장은 연봉 9500만원에 건강검진을 더한 실질 혜택이 1억원에 육박한다.
한편 대학교수, 고위관료, 권력기관 출신들이 포진하는 은행지주 사외이사의 평균연봉이 6000만 원대인 것을 놓고 사회적 지위와 평판에 비하면 많이 받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예컨대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연봉(8783만원)은 같은해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연차보고서상 미등기임원 평균연봉(2억7600만원)이나 임직원 전체 평균연봉(1억3600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상근직인 임원과 비상근직인 사외이사 연봉을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게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외이사는 다른 직업 또는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임할 수 있고 이사회·각 소위원회 회의 때만 업무를 보는 특수직군으로 분류해야한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는 겉으로 드러난 연봉총액 외에 실제 활동횟수를 감안한 시급을 따져보면 어느 직군보다 높은 편이다.
지난해 8대 은행지주회사 가운데 사외이사 시급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금융지주로 43만원이다. 평균 138시간을 활동하고 5905만원을 받았다. 농협금융지주도 168시간을 활동하고 6793만원을 받아 시급 40만원을 기록했다. 활동시간은 각 회사가 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 기재한 숫자를 기준으로 했고, 이사회·위원회 실제 회의시간 뿐만 아니라 안건 검토시간도 포함한 수치다.
8대 은행지주회사 사외이사의 평균 활동시간은 226시간이며, 평균 시급은 28만원이다.
이를 최근 여야가 합의한 주당 법정 근로시간(52시간)에 대입하면 일반 근로자의 약 4주간 근무시간에 해당한다. 4주 가량 일하고 연봉 6000만원 이상을 받는다면 이론의 여지없는 고액 연봉이다.
사외이사들은 고액연봉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한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춰 경영진·대주주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나가는 의무가 있다. 또 이러한 활동에 대한 평가도 당당하게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은행지주회사들은 내부에서 모두 '우수'하다는 셀프평가를 받았지만 외부평가는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