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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료에 망할 지경"…날카로워진 생명보험사들

  • 2018.11.22(목) 18:18

금융사 연쇄부도 방지용 예보료에 "문제많다" 반발
"4조6천억 세계 최고수준 적립에도 매년 1천억씩 증가"
"끝없는 목표금액 등 제도 허점"..예보 "제기된 문제 검토중"

"금융사 파산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예금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예금보험료를 내느라 파산할 지경입니다."

한 금융기관이 파산하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으로 금융사가 연쇄부도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예금자보호제도와 관련해 최근 생보업계 한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보험시장 성장둔화로 인한 이익감소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건전성제도(K-ICS) 개편으로 보험사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매년 큰폭으로 늘어나는 예금보험료(예보료) 부담이 겹치면서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생보사들이 연간 예금보험공사(예보)에 납부한 예보료 부담금을 보면 2014년 4403억원 규모에서 2015년 5586억원, 2016년 6522억원, 2017년 7439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2년에는 연간 1조원 규모의 예보료를 내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끝없이 늘어나는 예보료..생보업계 "부담 커" 

예금보험료는 금융 업권별 고유계정(55%)과 저축은행 파산지원을 위한 특별계정(45%)으로 나눠 적립하는데 보험권의 경우 책임준비금과 수입보험료를 더해 2로 나눈(산술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생보사의 책임준비금이 장기 위험보장 성격이어서 성장이 정체돼도 기존 계약들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특히 책임준비금이 수입보험료의 6.5배 규모임을 감안하면 생보사의 예금보험료는 매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예보는 보험료 부담을 완화해주는 조치로 '목표기금제'를 통해 적립금이 목표규모에 도달할 경우 보험료를 감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금액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정률제를 택하고 있다. 즉 생보사의 경우 고유계정 적립금이 부보예금의 0.666%(하한율)에 도달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0.935%(상한율)에 도달할 경우 보험료를 면제해 준다. 그러나 책임준비금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에 보험사의 목표금액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사실상 목표기금제의 효용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김대환 동아대학교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리스크관리학회 정책 세미나에서 "보험시장 성장 정체 등의 현실과 무관하게 예보료가 계속해 증가하는 구조여서 오히려 금융사의 파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IFRS17 도입에 대비해 보험사가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자 책임준비금을 더 쌓으면 보험사의 안전성이 강화되는데도 불구하고 예보료 부담은 계속해서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말 기준 국내 생보사들의 예보기금 적립액은 총 4조5865억원으로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를 쌓아두고 있는데도 매년 내는 예보료 규모도 압도적으로 많다"며 "상대적으로 보험권은 파산리스크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대비 높은 보험요율(표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은행 자산규모가 생보사 대비 3.6배 큰 것을 감안하면 생보사의 예보료 납부금액은 2배 많은 수준이어서 형평성이나 타당성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생보사(약 782조원)에 비해 총 자산규모가 4.8배에 달하는 일본(3755조원)의 예보기금 적립액은 약 2조4800억원으로 절반 수준임에도 목표기금을 4조원(4000억엔)으로 정하고 있어 그 이상 쌓일 경우 예보료를 더 내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금융업권별 부담금 비중 추이를 보면 생보업계만 거의 유일하게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생보사의 파산리스크나 시스템리스크가 타업권 대비 실제로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예보료가 법인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업계의 부담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연간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0.1% 수준인데 책임준비금은 51% 증가하는 등 보험료 산출 기준 자체가 비정상적인 구조기 때문에 기준을 수입보험료만으로 변경하거나 일본처럼 각각의 비중을 달리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은행 중심으로 만들어진 예금보험제도를 전 금융권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아예 생보만 예보기금을 별도로 분리해 운영하는 등의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예보 "목표기금제 등 건의내용 타당성 검토중"

예보도 생보업계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타당성 여부 판단에 나선 상태다. 

이상석 예금보험공사 정책제도팀장은 "보험권에서 예금보험제도 관련 문제를 제기한 부분들에 대해서 타당성 여부를 살펴보는 중이다"라며 "더이상 기금을 쌓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도 목표기금제의 수정이나 타당성 여부를  따져보고 결정할 사항으로 보험업계의 요구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후 후속조치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예보는 IFRS17, K-ICS 도입에 따른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과 관련해서도 차등보험요율제를 통해 이를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재영 차등평가제도팀장은 "업권별로 똑같이 적용되는 고정보험료율(15bp)에 개별사별로 자산건전성, 수익성 등을 평가해 추가 할인이나 할증을 통해 보험료가 결정된다"며 "자본확충을 통해 건전성이 올라간다면 이를 보험료에 당연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차후 K-ICS 확정안 등 건전성제도 변경에 따라 차등보험료율제도 변경도 예고했다.

김 팀장은 "보험권 건전성 제도인 K-ICS의 도입영향 평가가 아직 진행중이고 최종안은 내년말이 지나야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보험권 건전성 제도처럼 금융환경이 변하게 되면 차등평가도 거기에 맞춰 변경돼야 하고 보험사들이 제도 변경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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