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27일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롯데손보를 비롯한 금융계열사 매각을 공식화했다. 롯데손보는 1946년 대한화재해상보험으로 시작해 2008년 롯데그룹에 편입됐다. 편입 10년 만에 새롭게 주인을 맞게 된 셈이다. 다만 롯데손보가 그동안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데다 퇴직연금을 비롯해 계열사 영업 의존도가 높아 인수 매력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롯데손보는 수년간 손해율이 90%를 웃돈 데다 안정적인 투자를 중시하는 보험사 중에서도 대체투자 비율이 특히 높아 수익성이 좋지 않은 편이다.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비율)도 지난 3분기 157.63%로 금융당국 권고기준인 150%를 겨우 넘겼다.
여기에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지난 6월 말부터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신용·시장리스크를 RBC에 단계적으로 반영토록 하면서 추가적인 RBC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롯데손보는 몸집에 비해 계열사 퇴직연금자산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손보·현대라이프, 부메랑 된 '계열사 퇴직연금'
롯데손보의 경우 퇴직연금 총 적립금 가운데 계열사 비중이 40%를 넘어서는데, 올해 3분기까지 거둬들인 원수보험료(매출액) 1조7810억원 중 계열사 퇴직연금 규모가 8743억원에 달한다.
올해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신용·시장리스크를 35%만 반영하고도 RBC가 20%포인트 넘게 하락했는데, 내년 6월 70%, 2020년 6월 100%로 반영 비율이 올라가면 자본적정성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추가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며, 결국 롯데손보 인수자가 인수자금 외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 금융지주사들은 '글쎄'…외국계 자본 인수 가능성
▲ 자료: 한국신용평가 |
그러다 보니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경우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에 실패하면서 신한금융지주에 금융지주 1위 타이틀을 내준 상태지만 롯데손보 인수에 나서진 않을 전망이다. 자회사인 KB손해보험이 이미 손보시장에서 업계 4위의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이 3% 수준에 불과해 시너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현재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 후 자회사 편입 승인을 앞두고 있는 데다,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채용 비리문제로 법적 공방과 함께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어 추가 인수에 나설 여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신한과 하나, 농협금융지주가 태핑(수요 확인) 과정에서 이미 롯데손보 인수를 거절을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지방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사들이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린다. 특히 BNK지주의 경우 비은행 부문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할 후보군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외국계 자본이나 사모펀드 등이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롯데손보의 수익 기반에서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계열사 물건이 빠질 경우 수익성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어 국내에선 매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국내 시장에서 손해보험업 라이선스 획득을 목적으로 한 외국계 자본으로 매각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이사는 이날 매각 발표 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알려드리게 돼 대표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롯데손보가 한단계 더 도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불안해지지 않을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전과 처우보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