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결제기술기업 비자(VISA)가 국내 핀테크기업 지원에 나선다. 핀테크기업 아이디어공모전을 개최하고 핀테크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비자의 차세대 결제서비스 기술을 공개했다.
패트릭 윤 비자코리아 대표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기여를 못한 핀테크 업체에 대한 지원을 시작한다"며 "토큰과 클라우드서비스 등 비자가 그동안 대기업이나 금융사에만 제공하던 결제솔루션을 핀테크업체에 무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비자코리아는 핀테크업체들의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인 '비자 에브리웨어 이니셔티브(VEI·Visa Everywhere Initiative)를 개최한다.
VEI는 2015년 미국대회를 시작으로 그동안 210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참가한 국제적인 행사다. 40여개국에서 진행된 행사를 통해 우승자 36명과 총 20억달러 이상의 자금모집이 이뤄졌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VEI는 ▲핀테크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일상생활과 경험을 어떻게 변화하고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까 ▲핀테크가 해외 여행자들의 여행 경험을 어떻게 더욱 풍성하고 가치있게 만들 수 있을까 ▲가맹점과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사업 환경 향상을 위해 핀테크가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할까 등 세가지 주제로 열린다.
VEI는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종로구 위워크에서 시작되며 국내 150여개 핀테크업체가 참가를 신청했다. 참가팀은 비자카드의 '핀테크 패스트 트랙 (FinTech FastTrack) 프로그램을 통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우승팀은 상금 2500만원도 받는다.
패트릭 윤 사장은 "핀테크업체에 대해서는 결제서비스 수수료도 향후 수년간 무료로 지원될 예정"이라며 "펀딩과 각종 기술지원을 통해 결제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핀테크 업체가 개발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핀테크업체, 토큰·다이렉트·디벨로퍼 등 다양한 신기술 활용 가능"
비자코리아는 영세한 핀테크업체가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결제서비스 기술을 개방했다.
이 기술들은 향후 결제시장의 주도권이 플라스틱 기반의 실물카드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로 진화될 것을 대비해 비자가 개발한 것이다. 그동안 주로 글로벌 대기업이나 금융사가 활용하던 기술이지만 영세한 핀테크업체에도 열어준 것이다.
비자는 핀테크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로 '토큰'(Token)을 꼽았다.
토큰 서비스는 소비자가 디지털 기기에서 결제를 할 때 카드번호 대신 비자가 가상으로 만든 16자리 고유번호를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카드의 실제번호는 결제과정에서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기기를 분실하거나 통신 과정에서 해킹이 발생하더라도 고객이 카드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
비자의 토큰 서비스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부터 비자의 토큰서비스를 결제에 사용하고 있다.
해외송금서비스인 비자 다이렉트(Visa Direct)도 비자가 추천하는 차세대 결제기술이다.
해외송금에 필요한 정보를 비자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송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그동안 해외송금을 위해 필요했던 스위프트(SWIFT) 코드나 라우팅넘버(Routing Number)가 없이도 비자카드 카드번호만 있으면 해외송금이 가능해진다. 해외송금에 걸리는 시간도 30분 내외로 짧은 편이다.
비자는 자사의 신기술을 핀테크업체 등이 이용할 수 있도록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대거 공개했다.
비자는 비자 디벨로퍼(Visa Developer) 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통해 송금과 알림, 체크아웃 등 11개 항목의 총 150개 API가 공개돼 있다. 금융기관이나 가맹점, 독립 개발자 등 누구나 이곳에 공개된 API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패트릭 윤 사장은 "그동안 비자는 구글이나 애플, 삼성과 같은 글로벌 대형업체와 협업하는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핀테크업체가 기술을 선도하는 시대가 됐다"며 "비자의 성장 전략에 맞춰 국내 핀테크업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