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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지방은행, 굳건한 지역 대학 '라인'

  • 2019.04.12(금) 15:36

지방은행 임원학력..지방대 뜨고 상고 지고
BNK, 회장·행장 출신대 대세..JB 해외파 많아
"과거 상고·대졸 알력 있었지만 이젠 실력으로"

'우리가 남이가.'

대표적인 지방 정서 중 하나가 지역끼리 똘똘 뭉치자는 '우리 문화'다. 지방은행도 다르지 않다.

1967~1968년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설립된 지방은행들이 50여년 전 내세운 슬로건도 '우리'였다. '대구은행은 우리의 은행, 대구의 돈은 대구은행으로', '우리 고장을 위한 광주은행 우리가 기르자', '우리를 위해 우리가 만든 우리의 은행'(부산은행) 등이다.

출범부터 '우리'를 외친 지방은행은 직원도 '우리 사람'을 뽑았고 그 전통은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지난해 주요 지방금융지주와 지방은행의 사업보고서와 업계 취합 등을 통해 사외이사와 상임감사위원을 제외한 임원의 출신 대학을 살펴봤다. 예상대로 지방은행의 임원 대부분은 각 지역 대학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과거 지방은행을 주름잡던 지역 상고 출신들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외부 출신이 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되면서 서울이나 해외 출신 대학 임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 BNK, 최고경영자 출신 대학 잘 나가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운영 중인 BNK금융지주는 임원의 절반 가까이가 부산대 출신이다. 김지완 회장(무역학)을 비롯해 김상윤 부사장·명형국 전무(행정학), 김상홍 전무(회계학), 곽위열 상무(정치외교학), 구교성 상무(법학), 김성화 상무(경영학) 등 임원 16명 중 7명(43.8%)이 부산대 동문이다.

경남은행은 황윤철 은행장을 비롯해 임원 44.4%(8명)가 경남대 출신이다. 특히 경남대 회계학과에서만 황 은행장, 한기환 상무, 민영남 상무 등 3명의 임원이 나왔다. 부산은행은 임원 21명 중에 동아대(4명), 경성대(3명) 등 대학이 주류였다.

BNK금융과 부산은행, 경남은행의 임원 출신 대학(지주·은행 겸직임원은 1인으로 계산)을 종합해보면 부산대(9명), 경남대(8명), 동아대(5명), 경성대(3명) 등 이 지역 대학 출신이 많았다. 공교롭게 김지완 회장(부산대), 황윤철 경남은행장(경남대), 빈대인 부산은행장(경성대) 등 BNK금융그룹 최고경영자들도 이 대학을 나왔다. ‘숫자’만 놓고 보면 소위 ‘라인’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2017년 첫 외부 출신 김 회장이 BNK금융을 맡은 이후부터 외부 인재 수혈도 많아지면서 임원 출신 대학도 다양해지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박훈기 부사장, 한정욱 전무, 최우형 전무 등이 서울대 출신이다.

◇ DGB, 영남대 경영·경제-경북대 무역 대세

DGB금융지주와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임원 출신 대학(지주·은행 겸직임원은 1인으로 계산)을 종합해보면 영남대(5명)와 계명대(5명), 경북대(3명)가 '빅3'다.

영남대 경영학(임성훈·도만섭 상무)과 경제학(황병욱·전무김영운 상무) 두 과에서 4명의 임원이 나왔다. 1988~1990년 차례로 대구은행에 입행한 김윤국 부행장, 송재규 상무, 오성호 상무는 모두 경북대 무역학과 출신이다.

◇ 해외파 많은 JB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주요 자회사로 둔 JB금융지주 임원의 출신학교는 다양하다. 김기홍 회장과 이재용 전무, 윤세욱 상무, 박민영 상무 등 4명이 해외 유학파다. 김태진 상무(경희대)와 김천식 상무(홍익대)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 이 지역 대학 출신은 김병용 상무(전북대)와 허련 상무(조선대) 2명뿐이다.

김한 전 회장이 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일찌감치 외부 인재 수혈에 나섰고 2013년 JB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에도 이 기조가 이어졌다. 최근 취임한 김기홍 회장도 외부에서 영입한 경영자인 만큼 향후 JB금융은 다른 지방지주와 달리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 수혈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지주와 달리 지역 기반 영업이 강조되는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경우 지역대학 출신 임원이 여전히 강세다. 광주은행 임원은 전남대(4명), 조선대(3명) 등 전남지역 대학 출신이 많다. 전북은행도 전북대 출신 임원이 많은 편이다.

◇ 상고 출신 임원 '아, 옛날이여'

주요 금융지주와 지방은행에 지역 대학교가 장악하면서 상고 출신 임원들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70~80년대만 해도 지역 상고 출신들이 은행에 입행해 임원까지 가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최근에 명맥이 거의 끊어질 정도로 드물어 졌다.

지난해 신임 상무 5명을 선임한 대구은행 사례를 보면 지역대 강세, 상고 약세를 잘 보여준다. 송재규(경북대)·김현동(계명대)·도만섭(영남대)·김영운(영남대) 상무 4명은 1988~89년 대학을 졸업하고 입행한 뒤 임원을 단 경우다. 반면 고졸 입행 상무는 이용한 상무가 유일했다. 이 상무는 1982년 대구상고를 졸업한 뒤 대구은행에 입행했고 이후 은행을 다니며 계명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은행 입사이후 야간대학이나 방통대를 졸업하지 않은 순수 고졸 임원은 강상길 부산은행 상무(부산상고), 서정동 대구은행 상무(대구상고) 등 손에 꼽힐 정도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과거 상고 출신과 대학 출신간 알력다툼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며 "20~30대 행원들부터는 선배 세대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실력으로 뽑고 실력을 인정받아 승진하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대학이 많은 것은 신입행원 채용때부터 그 대학 출신 지원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대학에 따라 임원이 배정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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