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은 지난 4월 대전지역 제1호점 문을 열었다. 대구와 경북을 기반에 둔 은행이 창립 52년만에 충청지역에 처음 진출한 것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대전은 충청권을 이을 수 잇는 지역"이라며 "세종 등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과 세종시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은행이 없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무주공산'에 대구은행이 도전장을 낸 셈이다.
◇ 대전에 하나은행이 많은 이유
대전지역을 기반에 둔 지방은행이 원래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충청은행이 운영됐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하나은행에 흡수합병됐다.
충청은행 간판을 내린지 20년이 지났지만 하나은행은 여전히 대전지역에선 가장 많은 지점 수를 갖고 있다. 하나은행은 가오동 지점, 갈마동 지점, 노은 지점 등 총 47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전체 은행 가운데 대전지역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엔 지점수가 줄고 있다. 최근 4년새 5개 지점이 줄어들었다. 대신 행정수도가 이전된 세종시에는 지점이 2곳 늘어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5년 9월 (구)하나은행과 (구)외환은행의 통합으로 인해 근거리 중복점포를 통폐합했다"면서 "새로운 성장지역에 신규 점포를 개설해 점포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지방은행 "대전을 잡아라"
대전은 유독 다른 지역 지방은행의 진출이 잦은 곳이다. 지역 경제 규모에 비해 마땅한 지방은행이 없고 세종시 등과 연계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높기 때문이다.
전북은행은 지난 2008년 지방은행 최초로 대전 지점을 냈다. 전북은행은 대전지역 진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진출 초기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대전 유입인구의 30%가 전라도 지역 출신 사람이라 진출에 조금 수월한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북은행은 도안신도시 지점, 둔산 지점, 유성 지점 등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수익성이 덜 나는 지점을 통·폐합했다. 전북은행은 세종시에 세종아름 지점과 세종첫마을 지점 2곳을 영업 중이다.
이후 부산은행은 2014년 대전지역을 첫 진출했다. 이번에 대구은행이 대전에 첫 지점을 내면서 지방은행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진 셈이다.
◇ 강원도·세종시는 농협 장악
강원도도 원래부터 향토은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설립된 강원은행은 지난 1998년 현대종금과 합병돼 현대강원은행이 됐고 1999년 9월 조흥은행에 합병됐다.
합병되고 나서도 강원지역의 대표은행으로 뿌리를 두고 있었지만 조흥은행이 2006년 신한은행과 합병되면서 강원도 지역을 대표하는 은행이 사실상 사라졌다. 현재 신한은행은 강원도에서 27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특별자치시로 출범한 세종시은 말 그대로 무주공산이다.
세종과 강원도 지역의 경우 NH농협은행의 지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세종은 18곳, 강원도 지역은 62곳이다. 농협은행은 대전지역의 경우 하나은행보단 적지만 30개 지점을 갖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 울릉도 지점이 있다. 수익성만 생각했다면 그 지점은 이미 없어졌을 것"이라며 "공공에 대한 사회공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협은 다른 은행과 달리 오히려 전체 지점의 70%가 지방, 30%가 수도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방 통폐합 가속화
최근 4년간 강원도·대전·세종 지역의 은행지점 수 추이를 보면 전체적으로 감소추세였다. 수익성이 떨어지며 비용 절감 차원에서 근처 지점과 통합하거나 없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대전지역 지점이 4년새 6곳이나 줄었다. 세종 지점 5곳은 유지하고 있지만 강원도는 지점 수 한 곳이 줄었다. 우리은행도 강원도 지점 한 곳이 감소했다. SC제일은행은 세종지점 1곳이 있었지만 그마저 없어지며 SC제일은행은 세종지역에 아예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지은행이 타 지역에선 영업이 힘들고 수익면에서 떨어지다보니 영업효율성을 위해 통·폐합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대전지역의 경우 세종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어 큰 호재가 있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