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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던 지방은행에 선물 보따리 '셋'

  • 2019.07.04(목) 11:01

금감원장 "지역경제 버팀목 돼 달라"며 약속
대출평가·경영실태평가 기준 조정..충당금·평가등급 호재
시금고 선정때 '지역재투자평가 결과' 반영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방은행장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지난 3일 광주은행 본점에서 열린 '지방은행장 간담회'에서다.

임용택 전북은행장, 김태오 대구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등 지방은행장이 서울이 아닌 특정 지역에 모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윤 원장은 한 자리에 모인 지방은행장들에게 "지역경제와 지방은행은 결국 한 몸"이라며 "지역경제 버팀목이 되어 달라"고 당부하면서 시중은행보다 불리하게 적용받았던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① 대손충당금 잣대, 시중은행 수준으로

우선 시중은행에 비해 불리했던 지방은행의 대출 대손충당금 산정 기준이 빠르면 올 3분기에 개선된다.

통상 개별 여신에 부실징후가 발생하면 대손충당금을 쌓게 된다. 하지만 부실징후가 없더라도 '중요성의 원칙'에 따라 여신 규모가 일정금액 이상인 경우 개별 평가를 통해 대손충당금을 산정하고 있다.

문제는 '일정금액 이상'을 판단하는 잣대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평가 대상 대출금 기준은 시중은행이 10억~50억원, 지방은행은 5억~10억원이다. 지방은행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대출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잣대가 달랐던 이유는 과거 시중은행은 대기업 대출,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많았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이런 대출 관행도 깨어진 지 오래다.

특히 이 기준의 근거가 된 금감원 행정지도가 이미 폐지됐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관행에 따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차별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에선 "시중은행과 개별평가 대상 대출금액 기준에 차이를 두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불만이 계속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차이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며 "지방은행의 의견을 들어보고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다. 시중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거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은행은 대출 충당금 관련 개별평가 비용과 충당금 적립 부담이 동시에 줄어들 것"이라며 "빠르면 올 3분기말 결산부터 적용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② 경영실태평가 잣대는 다르게

금감원은 올 하반기에 경영실태평가와 리스크실태평가를 할때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의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경영실태평가는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의 적정성, 수익성, 유동성,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해 1(우수)~5(위험)등급으로 나눠 은행을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덩치'가 다른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동일한 잣대로 평가받으면서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등급을 낮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은 이같은 지방은행의 불만을 수용해 올 하반기부터 지방은행의 규모에 맞는 등급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면서 시중은행은 평가등급이 높고 지방은행은 평가등급이 낮은 문제가 있었다"며 "지방은행의 규모를 반영해 등급기준을 새롭게 조정하면 좀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사항으로 올 하반기에 바로 시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③ 지역재투자평가 결과, 시금고 선정때 반영

올 하반기 시범운영 예정인 '지역재투자 평가제도'에서 지역기반이 강한 지방은행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 제도는 지역 자금이 지역에 재투자하는 ‘금융자원 지역균형 배분’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만간 시범평가할 예정인데 신뢰도가 검증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며 "평가결과에 따라 시금고 선정 가산점 등 인센티브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3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시중은행들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지방의 우량고객 쟁탈전이 심화되고 지역 시금고까지 시중은행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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