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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연금보험]①'공포 팔던' 보험사의 변심

  • 2019.07.12(금) 18:12

고령사회 심화되는데 연금보험 시장은 되려 축소
회계기준 변경에 부채로 인식…보험사 공급 줄여
"노후 대비한 연금보험 제대로 따져봐야 할 때"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지만 보험권의 개인연금보험 시장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준비 없는 장수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는 '노후 공포 마케팅'을 펼쳤던 보험사가 갑자기 개인연금보험 상품을 줄인 이유는 뭘까.

◇ 연금보험 시장이 줄어든다

12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말까지 최근 5개년간 생·손보사가 판매한 연금보험의 초회보험료는 7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7조359억원이던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는 2018년 2조2133억원으로 3분의 1 가량 축소됐다. 특히 10년 이상 유지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생명보험사의 일반연금보험의 경우 2014년 6조6323억원에서 2018년 1조6436억원으로 75.2%가 감소했다.

고령화, 가구구조의 변화, 공적연금 약화 등 연금보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신규 판매가 줄어들면서 전체 연금보험 수입보험료도 감소했다. 보험사가 매년 거둬들이는 연금보험 규모가 줄어드는 것으로 전체 연금보험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2014년 36조6515억원을 기록하던 연금보험 수입보험료는 2015년 36조765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기 시작해 2018년 말에는 28조4816억원으로 2014년 대비 22.3%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노후보장을 위한 다른 대안이 생겼다거나 노후보장 위험이 줄어 연금보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연금보험을 가입해야한다고 강조했던 공급자인 보험사들이 판매를 줄였기 때문이다.

◇ 회계제도 변경으로 판매 줄이는 보험사들

연금보험은 저축성보험의 일종이다. 받은 보험료를 약속한 이율을 적용해 만기에 다시 보험금을 돌려줘야해서다. 오는 2022년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이러한 저축성보험은 보험사에 '매출'이 아닌 '부채'로 잡힌다. 부채가 커질 경우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해 보험사는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그동안 판매했던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온전히 매출로 인식되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 공포마케팅까지 하며 부족한 노후보장을 위해 연금보험 가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보험을 포함한 장기저축성보험은 IFRS17에서 매출로 인식되지 않고 보험사의 자본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돼 보험사들의 연금보험 판매유인이 떨어지고 있다"며 "IFRS17과 함께 (보험사 건전성 기준인)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연금보험의 금리부담이 커질 수 있고 장수위험이 새롭게 도입돼 연금보험에 대한 추가적 요구자본 부담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저금리 환경으로 저축성보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보험사는 이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동안 보험사가 강조했던 연금보험의 필요성은 단순히 상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했던 것일까.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는 "우리에게 연금보험이 정말 필요했던 것인지, 매달 내고 있는 연금보험료가 정말 적절한 것인지, 과연 노후위험을 충분히 보장해 줄지 따져봐야 한다"며 "연금재원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내적 요소인 이율, 사업비율, 기간 등을 따져 연금보험의 구조를 이해해 가입중인 연금보험을 점검하고 가입을 고민하거나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연금보험은 정말 노후를 보장할까

"지금 월 20만원을 내는 연금보험에 가입한다면 20년 후 매달 20만원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연금보험 가입을 고민할 때 보험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이는 실상 가입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혹은 연금보험 가입을 권유받게 될 때마다 듣게 되는 '복리의 마법'이 일어난다고 해도 내가 낸 보험료 대비 연금액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이야기다.

즉 연금보험에 대한 낙관론을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공적연금의 보장이 줄어드는 만큼 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높아질 노후생활 자금을 조금이라도 반드시 준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연금보험 가입자들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다.

연금보험에 적용되는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근간으로, 보험료를 장기간 운용해 낼 수 있는 운용수익률 등을 적용해 계산한다. 이렇게 계산된 공시이율은 매달 변경되는데 보통 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보험은 보험료에서 일정부분 사업비를 떼고 남은 적립금에 공시이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질 수익률을 따져봐야 한다. 저금리로 공시이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질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애초 기대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계리사 출신인 오명진 두리 대표는 "연금보험이 우리의 노후위험을 획기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그는 "노후생활 시점에 연금보험이 어느 정도를 어떻게 보장해 줄지 정확히 따져보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는 불확실한 노후생활을 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연금보험] 다음편에서는 가입자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복리효과' 마케팅의 숨겨진 내용과 연금보험 수익률을 결정하는 내부구조를 파악해 연금보험의 실질수익률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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