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가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자율적인 옴부즈맨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민원 감축과 보험 신뢰도 제고, 소비자보호를 보다 강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자살보험금을 비롯해 즉시연금, 암보험 분쟁 등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보험금 지급 분쟁이 확산하자 이 같은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한 면피용 장치란 분석도 나온다.
◇ 삼성생명, 외부전문가로만 구성된 '소비자권익위' 출범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4월 외부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소비자권익보호위원회(이하 권익위)'를 출범했다. 제3자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험사와 소비자간 이해상충 문제를 살피려는 게 목적이다.
권익위 위원들은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했으며, 연간 총 10번의 위원회를 개최한다. 안건은 소비자보호 담당부서에 접수된 민원 가운데 자체적으로 판단이 어려운 건들을 취합해 상정한다. 통상 3~4건에서 많게는 6건의 안건을 논의했으며, 지난해 총 32건을 심의했다. 심의 내용 중 권익위원들이 권고한 내용의 경우 대부분 100%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려는 의도가 없음에도 소비자와 입장 차가 존재하는 만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생명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통해 이를 수용하는 수동적 입장보다 보험사 자체적으로 민원과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확대되는 것이 보험신뢰도 회복에 있어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교보·한화생명도 "검토중"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이 같은 자율적인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 관련 민원과 분쟁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보다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역시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이미 보험사들이 자체적인 소비자보호 기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별도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필요성과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기존에 이미 소비자보호 조직이 있는데 별도의 조직을 추가로 만든다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업황이 좋지 않은 상항에서 인력이나 예산을 비롯해 운영방안 등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실제 도입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 '집단분쟁 사전차단장치' 지적도
일각에선 최근 금감원에서 자살보험금을 비롯해 즉시연금 등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보험금 일괄지급을 권고하는 등의 문제로 집단분쟁이 늘어나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취지이고 소비자보호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외부 전문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위원회 결과가 오히려 금감원 민원 분쟁조정과 관련해 사전 면피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금감원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타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금감원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금감원 권고가 내려지면 거절이 쉽지 않은데, 외부전문가들의 결정은 금감원도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소비자권익보호위원회가 즉시연금 분쟁 사태 발생 직후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소비자인식 전환 위해 옴부즈맨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소비자보호와 함께 소비자들의 보험에 대한 인식전환 차원에서 자율적 옴브즈맨 확대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업계 전문가는 "금감원에 외부 자문위원들이 포함된 분쟁조정위원회가 존재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보호가 중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다수 집단 전체의 이익보다 특정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이 나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면서 "보험은 특정 소비자의 이익을 강조할 경우 해당 상품에 가입한 선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시장안정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보호를 강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와 함께 소비자들이 가입하는 상품에 대해 알아야 할 의무도 있다"면서 "무조건 몰랐다, 오해했다고 하면 보험금을 주는 행태에서 벗어나 소비자도 보험 가입 시 보다 신중히 가입해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환경마련 차원에서도 제도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 보험사 간 자율민원조정을 통한 소비자불만 해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율민원조정기구의 중립성, 전문성 등이 확보돼야 할 것"이라며 "회사 내 중립적인 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하거나 현존하는 기구의 역할을 확대해 보험사의 자율적인 민원해결 역량 강화를 통한 소비자신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옴브즈맨은 시민, 국민 등의 고충을 중립적 입장에서 조사,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