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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연금보험]②연금 마케팅의 숨은 진실

  • 2019.07.16(화) 16:14

가입시 복리효과, 세제혜택 등 장점만 부각
중도해지시 세금추징, 환급금도 원금 못미쳐
"물가상승률 감안한 실질수익률 파악해야"

최근 규모가 줄고 있긴 하지만 연금보험은 여전히 노후대비를 위한 대표 상품으로 거론된다. 매년 신규로 가입하는 연금보험 규모가 수조원대인데다, 보험사가 지난해 거둬들인 연금보험료만 28조원을 넘어선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사의 연금보험 마케팅 전략속에서 숨은 해답을 찾아본다.

◇ 복리의 마법…하지만 장기유지 못하면 도루묵

대부분 가입자들은 연금보험이 장기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거치하는 만큼 '복리효과'로 인해 예·적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금리가 어떻게 변동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복리효과로 보다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복리효과는 연금보험 판매에서 빠질 수 없는 마케팅 포인트다.

은행 예·적금은 납입한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단리'이지만 연금보험은 납입한 원금에 붙은 이자를 다음해에 원금으로 계산하는 '복리'를 적용한다. 이자로 늘어난 원금에 다시 이자를 적용하는 것으로 기간이 지나면서 단리를 적용한 것과 금액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원금 100원에 금리 10%를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단리의 경우 1년마다 이자가 10원씩 동일하게 붙어 1차년도에 110원, 2차년도에 120원, 3차년도에 130원이 쌓이게 된다. 그러나 복리는 1차년도에는 똑같이 10원의 이자가 붙지만 2차년도부터는 1차년도에 늘어난 원금 110원에 10%를 적용해 11원의 이자가 붙는다. 3차년도엔 121원의 10%인 12.1원으로 이자가 원금이 불어나는 만큼 계속해 늘어나게 된다.

기간이 길수록 이러한 효과는 커지기 때문에 이른바 '복리의 마법'이라 부르며 연금보험 마케팅의 주요 전략으로 활용돼 왔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보장해 주는 복리는 가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실제 복리를 통해 적용되는 이율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복리효과보다 실제 적용 이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리효과가 좋다고 해도 적용금리 자체가 낮다면 큰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금보험에 적용되는 수익률인 연금공시이율은 외부지표금리와 운용자산이익률에 따라 매월 변동된다. 보험사는 가입시점의 공시이율을 기준으로 환급률을 계산하기 때문에 정작 연금을 받을 시기 환급률은 이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금리인하 등으로 이율이 하락하는 경우 그에 따른 수익률 감소 역시 복리효과가 적용된다는 점은 잘 설명되지 않고 있다.

'최저보증이율'도 마찬가지다. 보험사는 복리효과로 인한 수익성에 더해 금리변동 안정성을 최저보증이율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금리가 지속돼 공시이율이 지금보다 더 내려가거나 마이너스금리로 접어든다고 해도 일정금리 이상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과거 판매한 연금보험의 경우 지금보다 최저보증이율이 높은 상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공시이율보다 최저보증이율을 따져 연금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판매되는 연금보험 상품의 최저보증이율은 0.5%~1.25% 수준이다. 저금리로 수익성을 강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최저보증이율로 금리변동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연급보험은 납입한 보험료에서 일정부분 사업비를 떼고 적립된 순보험료에 공시이율, 최저보증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예·적금 대비 기본 환급률이 현저히 낮으며 사업비를 모두 상각하는 7년이 지난 이후 매우 장기간 유지해야만 복리효과를 볼 수 있다.

오명진 두리 대표는 "복리효과, 최저보증이율 이면에 있는 효과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 것 또한 연금보험 마케팅의 꼼수"라며 "산 정상이 높을수록 내려오는 속도 또한 빠른데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고객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만을 제공하는 것은 향후 이율 하락시 연금보험과 관련한 민원발생과 해지율을 높이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 정액형 보다 체증형?…지급방식에 따른 착시

보험사는 연금보험 판매시 연금지급 방식과 지급기간 변화를 통해 수익률이나 수익금액을 더 높게 보이게 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체증형'이 그것이다.

통상 정한 기간 동안 동일한 금액을 매년 지급받는 '정액형'이 일반적이다. 체증형은 정액형보다 낮은 금액으로 시작해 매년 연금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물가상승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욱이 연금총액이 정액형 보다 많아 실제 수익금액이 더 많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는 나중에 많이 받아가게 돼 현재 가치가 커지는 효과를 활용한 것이다. 연금개시 전까지 적립된 연금재원의 규모는 정액형과 체증형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30년뒤 1억원은 현재의 1억원보다 가치가 낮지만 미래의 1억원을 현재로 가져올 경우에는 그 가치가 더 큰 것으로 보는데 체증형은 이를 이용한 것이다. 

오명진 대표는 "체증형의 연금총액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은 연금지급기간 동안의 현가차이로 발생하는 것일 뿐 실상 연금이 더 많이 적립되는 것은 아니다"며 "수익금액을 더 높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도 활용되는데 공시이율이 하락해 수익률 마케팅이 어려워지자 수익금액이 더 높은 것을 이용해 체증형과 정액형을 같은 연금수령액으로 가정하면 체증형을 선택할 경우 더 낮은 보험료를 낼 수 있다는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을 받는 기간을 정해놓지 않고 사망시까지 받는 '종신연금형'도 잘 따져 봐야한다. 이 역시도 기간차이에 따른 현가와 생존률을 반영해 연금 총액을 보다 많아 보이게 하는 기법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종신형의 경우에도 적립된 연금 재원은 동일하지만 연금 지급기간을 종신으로 설정하고, 해당 기간 동안 생존률(경험생명표)을 반영해 평균수명보다 더 오래살 경우 장수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반대로 평균수명보다 짧게 생존하는 경우 받을 수 있는 연금총액은 줄어든다. 또한 오래 생존한다고 해도 매달 받는 연금액이 낮아 확정형 연금보다 수익률이 낮아진다. 즉 종신형으로 30년간 연금액을 받았을 경우 정액형으로 30년간 받았던 것보다 연금액이 더 낮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종신형 연금보험의 경우 생존률 요소가 연금액에 반영돼 평균수명이 길어지면 연금액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경험생명표 개정으로 평균수명이 길어지면 연금액이 줄어든다는 식의 절판마케팅이 이뤄지는데 반드시 가입해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종신형은 내 연금액에 다른 사람의 생존률이란 외부 변수가 추가돼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는데 이러한 점들은 소비자들이 거의 알지 못하거나 알리지 않는다"며 "별도 요소가 추가돼 정액형보다 연금액이 낮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세제혜택, 중도 해지시 추징…"장기간 계획 세워야"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가장 크고 일반적인 이유는 세제혜택이다. 연말정산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보험은 연간 400만원 한도에서 낸 연금보험료의 최대 16.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혜택은 없지만 10년 이상 유지시 이자수익에 대한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반연금보험 상품도 있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이같은 세제혜택 때문에 연금보험을 가입한다.

문제는 가입자들이 보험을 해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금저축보험의 경우 매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중간에 해지할 경우 세액공제 받은 금액을 다시 추징당한다. 더불어 낸 보험료도 일정부분 사업비를 떼고 적립되기 때문에 낸 연금보험료에 훨씬 못 미치는 환급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

또 연금저축보험은 만 55세 이후부터 10년 이상에 걸쳐 연금을 수령해야하며 연금을 수령할 때는 연금소득세 3.3~5.5% 내야한다.

일반연금보험의 경우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보험료를 5년 이상 납입해야하며 월 납입보험료가 150만원을 넘지 않아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는 연금보험 마케팅시 수익률, 수익금액을 극대화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이 확정된 미래가 아닌 미래를 가정한 최상의 시나리오임을 알아야 한다.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제하고 적립되는 연금재원이 차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수익률을 적용하면 어느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어떤 보험사도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는 "연금저축보험의 가입률이 높은 이유는 노후도 준비하면서 현재 세금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만 조기해지시 공제받은 금액을 추징당하고, 원금보다 낮은 해지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주지해야 한다"며 "만약 연금재원의 수익률이 물가상승률 등 외부 변수를 이겨낼 만큼 충분히 높지 않다면 가입중인 연금보험을 점검하고 필요시 대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의 연금보험] 다음 편에서는 연금보험의 수익률 구조를 분해해 연금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원인에 대해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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