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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1명이 '셀프보험' 100건…메리츠화재 자기계약 '빨간불'

  • 2019.07.30(화) 16:22

자기계약 14.5만건…일부 쏠림현상 관리부실 지적
설계사 수당 높이기 위한 불법 '작성계약' 의심
메리츠 "자기계약 점검…유지율 관리중" 해명

메리츠화재 일부 전속설계사가 본인을 계약자로 가입하는 '자기계약'을 과다하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5건 내외에서 10건 미만으로 관리되는 자기계약을 많게는 90~100건을 보유한 설계사도 있었다.

자기계약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자기계약은 설계사가 수당을 높이기 위해 '가짜계약'인 작성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엄격한 관리 대상이다. 본사차원의 관리부실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7월 기준 메리츠화재 지역본부 내 설계사의 총 자기계약 건수는 14만5000건이다. 전속설계사 수(18만명, 3월말 기준)와 견주면 많지는 않지만 실제 설계사 가동률 등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설계사에 자기계약이 과도하게 몰린  쏠림 현상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메리츠화재 일부 지역본부의 경우 전체 자기계약건 중 10건 이상을 보유한 경우가 4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몇몇은 자기계약이 70건 이상이거나 90~100건인 설계사도 있다. 이 경우 월 납입해야할 보험료 규모만 200만~300만원대에 달한다.

자기계약은 설계사가 본인을 계약자로 한 보험계약으로 본인과 가족계약 등을 포함한다. 작성계약, 승환계약 등과 달리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완전판매 지표인 유지율 관리차원에서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실제 일부 보험사는 설계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위촉계약서상에 자기계약을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을 넣고 있다. 또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보험상품 판매 인센티브'(시책비), 물품 프로모션 등 진행시 자기계약을 실적에서 제외하고 있다. 높은 수당을 받기 위해 작성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꼼수'로 가입한 자기계약이 50건을 넘길 경우 불법인 '작성계약'을 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인이나 가족이 필요에 의해 가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기계약 자체를 아예 금지할 수는 없지만 유지율 등의 문제로 별도로 '집중관리계약'으로 지정해 관리한다"며 "20~30건인 경우도 많지 않은데 50건을 넘는 등 과도하게 높은 경우 수당을 높이기 위한 작성계약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작성계약은 해지를 염두에 둔 허수계약이기 때문에 전체 보험시장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수당으로 보험료를 충당하지 못했을 경우 대규모 계약해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허수계약이 늘어날 경우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수 도 있다. 설계사 수당으로 나가는 보험사의 사업비 지출 증가로 전체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오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영업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량한 판매실적과 높은 수당을 얻기 위해 가짜계약을 양산하는 문제가 심각했다"며 "유지율 폭락과 전체 계약의 부실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이어 "개별 보유하고 있는 건수 등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과도하게 자기계약을 늘리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관리부실 문제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리츠화재는 현재 장기인(人)보험 시장에서 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높은 수수료, 시책 등으로 영업력을 강화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영업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설계사의 작성계약 위험이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관리하는 자기계약에 본인 계약 외에 이관 받은 퇴직한 설계사의 자기계약이 포함돼 과다하게 비쳐진 부분이 있다"며 "현재 소속될 설계사들의 자기계약(가족포함)은 평균 4.4건 정도다"라고 말했다.

불법·꼼수 보험 계약은?

작성계약은 설계사 본인 혹은 지인명의를 빌려 가짜계약을 체결하고 설계사가 보험료를 대납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보장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당을 높게 받기 위한 가짜계약이다. 설계사 수수료는 납입한 월 보험료의 8배에서 많게는 12배정도를 계약초기 혹은 첫해에 몰아서 받기 때문에 이를 통해 보험료를 충당하고 수수료와 납입보험료 차액을 얻은 후 계약을 해지하는 수법이다.

보험계약 규모에 따라 수당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다 높은 수당을 받기 위해 부족한 실적을 자기계약 혹은 작성계약으로 채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시책이나 프로모션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수당에는 자기계약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형 GA(법인보험대리점)에서 대규모 작성계약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나서기도 했다.

승환계약은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상품을 가입시키는 것을 말한다. 보험계약 중도해약에 따른 금전손실, 신규 계약에 따른 면책기간 등 보험계약자에게 부당한 손실을 발생할 우려가 있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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