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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후배'에게 짐 떠넘기는 보험 1위 경쟁

  • 2019.08.13(화) 17:42

보장금액은 높이고 인수기준 낮춘 공격영업
실적악화에도 울며 겨자먹기식 경쟁 지속해
"새 제도도입시 자본력 부족한 보험사 위험"

"걱정입니다. 제가 퇴임하고 나면 후배들이 '왜 이렇게 시장을 망쳐놨냐'고 질타할까봐서요."

최근 만난 한 보험회사 임원이 한 말이다.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벌이는 도 넘는 경쟁이 걱정된다는 얘기였다. 그는 "당장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보험사들은 며칠, 몇주를 사이에 두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특판형식으로 소액암, 유사암 등의 진단자금을 많게는 기존대비 10배 이상 확대하고 가입심사 기준을 낮추는 방식이다. 한곳이 보장금액을 높이면 다른 곳이 따라 높이는가 하면, 심사기준을 낮춰 더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후유증'이 예상되는 과잉 경쟁이다.

유사암은 그동안 발병률이 낮고 치료비가 적게 들어 진단자금을 낮게 지급했는데 큰 금액을 보장한다는 점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사실상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거둔 보험료보다 지급되는 보험금이 늘어나 손해율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가입심사를 완화하는 것 역시 기존 대비 사고위험 발생 위험이 높은 가입자들이 늘어나면서 향후 보험금 지급 가능성을 키운다.

이에 금융당국을 비롯해 업계 내부, 자본시장에서도 위험신호를 울리고 있다. 승자 없는 경쟁이 될게 뻔해서다.

보험사도 문제를 알고 있다.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경쟁이 과열된 것이 사실이고 소위 2위권 다툼이 치열한데 단기간에는 (수익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간으로 보면 (회사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임기가 짧은) 경영진들이 이를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쟁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국이 경쟁 진화에 나서기 위해 보험상품 사업비 및 수수료 개편 정책을 내놨지만 유예기간이 1년 넘게 주어졌다. 당장 경쟁을 끝낼 수 없단 얘기다.

시장경쟁에 불을 지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1위 탈환을 위한 경쟁을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보험사 스스로 멈춰야 하지만 이제는 시장지위를 획득하기 위함인지 자존심 싸움인지도 불분명해 보인다.

저금리, 저성장 등 보험사들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제살깎이'식 상품판매 경쟁은 보험사 '후배들'에게 짐을 떠 넘길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경쟁이 격화되면 손실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특히 IFRS17, K-ICS가 도입되면 영향이 더욱 화대될 것인데 경쟁이 지속되면 향후 자본력이 부족한 보험사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은 돈을 벌기 위한 투자상품이 아니다. 예·적금처럼 원금을 거치했다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상품도 아니다. 보험은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이다.

이러한 보험상품의 의미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보험사의 역할이다. 마케팅을 위해, 상품판매를 위해 고객의 니즈(nesds)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것이 시장을 교란시키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결국 보험에 가입한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의미 있는 경쟁이 아닌 승자 없는 경쟁은 이제 멈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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