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판도를 뒤엎을 것으로 예고됐던 '보험상품 사업비·수수료 개편방안'을 받아 본 업계 관계자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해 관계자별로 셈법은 복잡하다. 당장 GA(법인보험대리점)는 "보험사만 유리한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도 '체급'별로 표정이 다르다. 전속설계사 채널 규모가 작고 GA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보험사들은 당장 수익악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대형사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개편방안에 대한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제도개선의 핵심인 '설계사 모집수수료' 개편이 보험사의 사업비 증가 요인으로 지목된 시책경쟁을 완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수수료 총액이 늘고 제도적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GA의 경쟁력 약화와 사업비 감축 등이 대형사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워낙 이해관계자가 많은 부분이어서 조율이 쉽지 않다"며 "그러나 그동안 모집수수료 경쟁 심화로 인한 불완전판매 등으로 실질적인 피해가 소비자에게 미치고 최종적으로는 보험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려 보험업계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서로 한발 물러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GA "형평성 맞지 않아, 보험사만 유리"
'설계사 모집수수료'는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별도의 수수료 지급 한도나 방식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모집수수료에 시책(일정 수준의 판매고에 도달했을 때 제공하는 인센티브), 시상(설계사가 목표액을 초과했을 때 지급하는 현물, 해외연수 등), 수당, 초대 등 명칭도 통일되지 않은 각종 추가지급 수수료가 늘어났다.
당국은 이번 개선을 통해 시책, 수당 등 모집조직에게 지급되는 모든 수수료를 통틀어 '모집수수료'로 용어를 일원화 한다는 방침이다. 또 '모집수수료' 외에 별도의 수수료를 인정하지 않았다.
GA가 반발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총액제한 없어 2차년도엔 회복 가능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들의 경우 보험사에서 사무실이나 집기, 교육자료 등을 제공하는 반면 GA는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때문에 전속조직이 총 100의 모집수수료를 받았다면 GA는 120~130의 수수료를 받고 여기서 법인 대표의 급여, 전산비용 등 각종 운영비를 제하고 나머지를 설계사들에게 지급해 왔다. GA 총 운영비용이 10~20일 경우 GA소속 설계사들이 전속설계사 보다 총 10의 수수료를 더 받아왔던 셈이다. 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GA로 이동하는 설계사도 늘었다.
그러나 모집수수료에 GA 운용비용을 별도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GA 소속 설계사들이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전속설계사 보다 낮아진다.
당국은 첫해에 지급할 모집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의 합계액이 납입보험료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보장성보험 상품 1개를 판매하면 1년내 최대 지급받을 수 있는 모집수수료가 월 납입보험료의 1200%로 제한되는데 전속설계사와 GA에 똑같이 적용된다. GA는 1200%의 수수료에서 운영경비를 떼고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GA소속 설계사가 받게 될 수수료는 800~900%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 대형GA 대표는 "보험업법에 의해 법인(대리점)을 만들면 준법감시실을 둬야하고 각 지점에도 관리자를 두게 하는 등 GA 관리에 대한 부담을 지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운영비용을 인정하지 않고 전속설계사와 동일하게 1200%를 지급할 경우 운영비를 떼면 실제 GA소속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800% 수준으로 경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GA소속 설계사가 이미 전속설계사 규모를 뛰어넘은 상태에서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판매한다는 GA의 긍정적인 면을 무시하고 수수료가 높은 보험사로 설계사가 거꾸로 이동하는 역류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개선안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보험사만을 위한 제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모집수수료는 설계사가 아니라 모집조직에게 보험모집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전속설계사에게 지급되는 것이고, GA는 모집조직의 하나이기 때문에 GA소속 설계사가 아니라 GA 자체에 지급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GA가 요구하는 운용비용은 크기를 키우면서 본인들이 운영을 위해 선택한 비용"이라며 "이를 보험사에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GA가 대형화 될수록 스스로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인프라를 키워야 한다는 복안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국은 GA설계사 소득 감소와 제도적 안착 등을 위해 모집수수료 개선안 시행을 2021년 1월로 유예한 상태다.
GA업계는 법안개정 전까지 제도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경민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은 "(보험업감독규정 개정 사안을 심사하는) 규제개혁위원회에 수수료 개선안에 대한 GA와 전속 설계사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중소GA들의 경우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GA 5곳의 운영비용을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지급받는 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시행되면 GA의 초년도 모집수수료 수입은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제도 도입단계에서 GA의 반발이 컸던 ▲첫해 지급되는 수수료를 전체의 50% 이하 ▲첫회 받는 지급수수료는 전체의 25% 이하로 조정하는 내용은 이번 개선안에서 제외됐다.
2차년도부터는 수수료 제한이 없고, 수수료지급 기준을 제한한 것 역시 첫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후 수익보전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차년도 이후에 다시금 수수료 경쟁이나 수수료총액이 늘어날 수 있다.
수수료 개편의 불씨를 지폈던 선지급수수료를 분급화 하는 부분 역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수익악화를 우려하는 GA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분급제를 선택할 경우 첫해 수수료 총액은 1200%에서 780%로 줄어든다. 그러나 횟수 제한을 두지 않아서 780%를 첫달에 지급할 수 있다. 사실상 분급화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장효선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수수료 제한을 첫해에만 설정해 절대적인 수수료 총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낮으며, 도입 시기 또한 2021년으로 늦춰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며 "도입 이후에도 추가상각비 부담 감소에 따른 수당한도 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급 제도도 설계사의 자율에 맡겨 실효성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현재 과도한 신계약 경쟁 환경이 단기간 완화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중소사 울고, 대형사 웃고
인지도 높은 대형사가 유리해
전속설계사 채널 규모가 작고 GA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보험사들은 당장 수익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수수료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대형사로 쏠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비슷한 유형의 보험상품 수수료가 동일하다고 하면 설계사들은 인지도가 높아 판매가 쉬운 대형사들 상품위주로 판매하게 될 것"이라며 "GA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보험사들은 경쟁력이 더 낮아져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처럼 전속채널을 키우려고 해도 선지급 비율이나 수수료 차등이 없으면 설계사를 끌어오기도 쉽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대형사에 유리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도 어렵다. 보험은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신계약을 통해 기존에 판매했던 상품의 리스크를 희석하고 있다.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영업에 뛰어들었던 이유다. 만약 수수료 경쟁에서 뒤쳐진 중소사들이 상품경쟁력을 높일 경우 신계약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오히려 내부 리스크만 키울 수 있는 부담이 있다.
반면 대형사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전체적인 보장성보험의 사업비를 낮추고 수수료를 개선할 경우 사업비 지출이 줄어 마진을 높일 수 있다.
대형사 상품관련 부서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은 (GA의존도가 높은) 손보사와 GA에서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대형사들은 기존에 이미 분급을 시행해 왔기 때문에 초년도 수수료를 제한할 경우 전속설계사 중심의 채널을 보유한 대형사들의 실적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홈쇼핑·TM채널 한시름 놔
GA는 2021년, 홈쇼핑·TM은 2022년
방송법에 따른 송출비용, 음성녹음 및 보관비용 등 설계사 채널 대비 별도의 수수료가 나가는 홈쇼핑, TM채널의 경우 한시름 놓은 상태다.
GA채널과 함께 초년도 수수료제한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여겨졌으나 당국이 특수성을 감안해 2022년까지 유예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홈쇼핑 방송송출비 등이 이미 초년도 1200%를 넘어선 상황이라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아예 영업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홈쇼핑, TM채널의 경우 비대면으로 작성계약 유인이 낮고 채널 특성에 따른 비용을 일부 인정하기로 했다"며 "음성녹음·보관, 보안 등의 TM채널 의무이행과 방송법에 따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홈쇼핑 대리점)의 방송송출을 위한 비용 등은 예외로 한다"고 설명했다.
GA업계는 유예기간을 채널별로 다르게 준 점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GA업계 관계자는 "당초 수익악화, 시스템 정비 등의 기간을 고려해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홈쇼핑, TM채널의 경우 2022년까지 유예한 반면 GA는 2021년으로 정하고 있어 채널 간에도 차등을 두고 있는 점 역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