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신입설계사 수수료 개편과정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메리츠화재에 불똥이 튀는 상황이 발생해 억울해 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오는 9월 시행예정이었던 신입설계사 수수료 개편 과정에서 GA가 '불매운동'을 예고하자 개편작업 일부를 철회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설계사 수수료개편 추진으로 GA의 수익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삼성화재가 전속설계사 수수료를 상향조정하자 GA대표단이 지난 26일 판매중단이라는 강경대응에 나선데 따른 것이다.
삼성화재가 한발 물러서며 갈등양상은 봉합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GA업계가 앞서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간 리쿠르팅(신규설계사 도입) 경쟁을 문제 삼으며 삼성화재와 함께 메리츠화재 불매운동도 함께 거론한 상태여서 메리츠화재에만 불똥이 튄 형국이 됐다.
삼성화재의 이번 대응이 GA의 영향력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사와 GA간 알력다툼에서 GA에 명분만 쥐어준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삼성화재, '실적형 수수료' 도입 철회
삼성화재는 지난 28일 GA대표단과 비공식 미팅을 가진 후 9월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던 수수료체계 개편안 중 실적형 도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GA대표단에는 판매중단 조치 철회를 요청한 상태다. GA 불매운동에 따른 실적악화 우려에서다.
실적형은 타사 경력설계사와 신입설계사를 대상으로 첫해 수수료 총 1200%를 지급하고 이중 첫달에 725%를 선지급 하는 방식이다. 별다른 실적조건이 없다는 부분이 메리트인데 첫달에 725% 이상을 선지급 하는 것이 GA와 유사한 수수료 지급 형태여서 GA의 반발을 샀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신입설계사들이 6개월에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이유가 첫해 소득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최저시급 상향으로 설계사 직업 자체에 대한 메리트도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최근 리쿠르팅 경쟁으로 교육한 설계사들이 GA나 타사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아 이를 방어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수수료개편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GA대표들과 협의를 거쳐 내부적으로 실적형 도입 철회를 결정했다"며 "신입설계사를 대상으로한 활동형 개편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A대표단 관계자는 "삼성화재와 대표단에서 나온 이야기를 개별 GA 대표들에게도 전달해 의견조율 할 방침"이라며 "오는 9월 9일 있을 회의에서 10월부터 불매운동을 하기로 결정한 메리츠화재에 대한 조치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삼성 '활동형' 도입이 핵심…"GA에 협상 명분줬다" 지적도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삼성화재의 이번 수수료 개편작업이 보험사와 GA의 알력다툼에서 GA에 명분만 쥐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GA와의 갈등상황에서 너무 손쉽게 물러서면서 GA에 힘을 실어준 격이 됐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배경에는 수익악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삼성화재가 이번 수수료 개편에서 집중한 부분이 실상 실적형이 아닌 '활동형'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활동형은 순수 신입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험료 3만원의 신계약만으로 수개월간 고정급 200만~3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후 차월별 고객수에 따라 비례수수료 500% 가량을 지급한다. 월납 25만원의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고정급 300만원에 비례수수료 130만원을 더해 총 430만원을 지급받는 구조다.
사실상 최소실적 수준으로 타사대비 더 높은 수수료를 받는 셈이다. 영업량에 따라 수수료 총량이 실적형 보다 많아질 수 있다. 보통 1년으로 끝나는 신규설계사 지원을 2년간 적용하려는 점도 메리트다.
GA설계사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순수 신입설계사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GA가 문제를 제기할 명분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3개월간 영업이 거의 없어도 고정급으로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신규설계사 도입뿐 아니라 기존 설계사들이 신규설계사를 유치하는데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소 실적만으로 타사대비 높게 받는데다 2년간 지원이 이어질 경우 리쿠르팅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어 업계에서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명을 리쿠르팅 하면 70명이 순수 신입, 30명이 경력인데 이중 GA 출신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개편의 중심은 실상 순수 신입설계사에 있었다"며 "삼성 내부에서도 그렇고 경쟁사들 역시 활동형 개편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수수료 개편 내용이 중간에 새나가면서 GA에 협상력을 높일 구실만 던져준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 "삼성과 리쿠르팅 경쟁했을 뿐인데"..메리츠, GA 불매운동에 "억울"
메리츠화재도 현재 GA대표단과 긴밀히 의견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6년부터 전속설계사 수수료체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조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와 GA대표단간 이뤄진 회의에서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전속설계사 수수료를 주는 메리츠화재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는데, 메리츠화재는 삼성화재가 제시한 것보다 낮은 10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2016년 이미 GA와 협의를 끝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2016년 GA와 수수료에 대해 협의한 이후 수수료체계 변화가 없었던 만큼 이번 상황이 조금 억울한 측면도 있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GA와 협의를 통해 문제가 없도록 조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가 GA의 불매운동 대상에 포함된 것은 삼성화재와 설계사 리쿠르팅 경쟁을 하고 있어서다. GA는 삼성과 메리츠 간 리쿠르팅 경쟁이 GA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16년부터 전속설계사 확대전략을 펼치면서 800% 수준이던 손보사 설계사 수수료율을 1000%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타사 설계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해 업계 수수료 경쟁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손보사들의 GA 의존도가 커지면서 전속설계사 경쟁이 주춤하는 듯 했지만 최근 메리츠화재가 삼성화재와 장기인(人)보험 시장에서 1위 다툼을 벌이면서 실적을 끌어오기 위한 전속설계사 리쿠르팅 경쟁이 다시 불붙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전속설계사를 계속 늘리면서 업계 1위인 삼성화재와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1위 경쟁을 벌이자 삼성화재가 견제에 들어간 것"이라며 "메리츠화재는 2016년 전속 수수료체계 개편 이후 GA 수수료도 높여 서로 윈윈 관계로 커온만큼 이번 GA의 불매운동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