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인(人)보험 시장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이달부터 영업전략을 달리하면서 향후 상황전개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손해율 관리를 위해 보장금액, 인수기준 등에 대한 확대전략을 접고 돌아선 반면 삼성화재는 전체 보장성보험료를 낮추는 등 보다 적극적인 공세로 1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장기인보험 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턱밑까지 추격하던 메리츠화재는 이달부터 손해율 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유사암 진단비 누적한도를 축소하고 최근 손해율이 급증한 백내장 수술비를 기존 수술비 담보에서 분리하기로 했다.
유사암은 발병률은 높지만 치료비는 비교적 적게 드는 암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일반암 대비 진단금을 10~20%만 지급했으나 올해초 암보험 신규 가입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유사암 진단금을 일반암의 1.5배로 늘리는 등 판매 드라이브를 걸었다("유사암진단비 일반암보다 더 줘"…보험 과당경쟁).
경쟁이 심화되고 우려가 높아지자 보험사들은 뒤늦게 누적가입한도를 신설해 관리에 나섰는데 메리츠화재도 이달부터 3000만원이던 유사암 진단비 누적한도를 2000만원으로 축소해 암진단금 담보가 있는 전 상품에 적용할 방침이다.
메리츠는 또 최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상승 주범으로 떠오른 백내장 수술비를 수술비 담보에서 분리하고 지급보험금도 축소한다(실손보험 손해율 주범 '백내장'…수술담보서 분리한다). 이에 따라 백내장수술비는 기존 최대 1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90만원 가량 줄어든다. 기존 수술비담보에서 분리해 보험료 변동이 있는 만큼 수술비 담보가 포함된 전 상품이 개정되며 오는 7일부터 적용된다.
메리츠는 또한 일부 상품의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인수여부 심사) 기준을 강화해 고위험군의 보험계약 인수도 제한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는 간편보험(유병자보험)시장의 경쟁이 심화되자 기존 '3·2·5 원칙'을 보다 간소화한 '3·1' 간편보험을 내놓으며 인수기준을 대거 완화했었다.
3·2·5원칙은 ▲3개월 이내 입원·수술·추가검사(재검사) 소견을 받은 적이 있거나 ▲2년 이내 질병·사고로 인한 입원·수술 ▲5년 이내 암으로 진단·입원·수술 여부를 묻는 3가지 질문만 통과하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3·1' 보험은 여기에 5년 이내 질문을 삭제하고 2년 이내 입원·수술 항목도 1년으로 축소한 상품이다. 메리츠화재는 여기에 '예외질환'을 정해 몇몇 질병에 대해서는 1년이내 입원·수술 경력이 있어도 치료종료 1개월 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3·1' 보험에 암, 뇌, 심장질환 등 중대질환도 포함됐었는데 향후 손해율 상승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달부터는 과거 암, 뇌, 심장 관련 중대질환 이력이 있는 경우는 예외질환 인정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가 이처럼 전략을 바꾼이유는 장기보험의 위험손해율(위험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85.6%와 85.3% 수준을 유지하던 메리츠화재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올해들어 상반기만에 90.2%로 치솟았다. 받은 위험보험료 가운데 보험금으로 지급된 규모가 90%를 넘어선 것이다.
적립보험료, 부가보험료 등을 포함한 경과손해율은 올해 상반기 79.3% 수준이지만 업계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비(올해 상반기 누적기준 28.7%)를 지출하고 있어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로 100%가 넘으면 보험영업이익에서 적자)도 지난해 상반기 105.3%에서 올해 108.1%로 2.8%포인트 높아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보장금액을 확대하고 인수지침을 완화하는 등의 영업정책을 폈고 여기에 시장경쟁이 과열되면서 최근 손해율이 상승했다"며 "이번 (영업전략) 변경은 이같은 손해율 상승에 따른 관리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최근 실손의료비에 대한 중복가입한도 축소와 중복가입 제한도 추진하고 있다"며 "신계약 비중이 학대되며 손해율이 희석돼 그동안 인수제한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전력해온 장기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전방위적인 손해율 관리에 들어선 듯하다"라고 전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정반대의 전략을 펼치고 나섰다. 중소형 보험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았던 보험료를 인하해 가격경쟁력을 높인 한편 손해율이 높아 이전까지는 취급하지 않던 보장담보도 신규로 도입했다. 업계에서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이 가장 낮아 여력이 충분한 만큼 장기보험 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화재는 경험위험률 개정을 통해 이달부터 보장성보험 담보의 보험료를 평균 15% 낮췄다. 경험위험률은 개별 보험사의 통계에 따라 산출한 보험요율로 업계평균인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에 개별사 통계를 적용해 산출한다.
삼성화재의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2017년 80.2%, 2018년 79.0%, 2019년 상반기 81.9%로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와의 손해율 격차는 2017년 5.4%포인트에서 2018년 6.3%포인트, 2019년 상반기 8.3%포인트로 벌어졌다.
삼성화재는 이같이 상대적으로 우량한 손해율 관리를 바탕으로 기존과는 다른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중소형보험사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판매하는 '3~100% 질병후유장해' 담보를 이달부터 출시했다. 삼성화재는 그간 상해에 대해서만 3~100% 후유장해를 보장하고 질병의 경우 보장하지 않았다. 3% 이상 질병후유장해는 약한 디스크 진단이나 척추의 운동장해, 치아결손 등으로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손해율이 높은 담보로 통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질병후유장해 담보를 실체부위별로 각각 보장해 보험기간 중 지속적인 보장을 약속하고 치매까지 보장한다. 또한 대장용종을 포함하는 질병수술비 담보를 새롭게 신설해 통원과 입원시 각각 보장한다.
10여년 이상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보수적인 영업을 해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험업계는 삼성화재가 장기보험시장에서의 1위 굳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타 보험사 대비 높았던 보험료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인만큼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5위인 메리츠화재와의 장기보험 1, 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장기보험 시장에서 엄청난 성장을 보였지만 계속된 인수완화 정책과 보장확대 등 경쟁을 심화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손해율 상승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반면 삼성화재의 경우 상대적으로 손해율도 낮고 이에 따라 충분히 공격적인 영업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장기보험 시장에서의 1위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