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과당영업 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 유사암 진단비를 이달 들어 최대 3000만~5000만원까지 인상한데 이어 일부 회사에서 일반암 진단비를 초과해 지급하는 곳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율이 높아 일반암 대비 진단비를 10~20%까지 낮췄던 유사암 진단비가 일반암 진단비를 뛰어 넘은 경우는 처음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 25일 역대 최고 매출을 위한 특별인수 지침이라며 유사암 진단비를 최대 3000만원까지 높이고, 일반암 대비 유사암 진단비를 1.5배 지급한다는 특별공지를 영업지점에 전달했다.
이번 특별인수 지침을 통해 어린이보험, 종합보험, 간편암보험, 간편건강보험 등에서 일반암 진단비 2000만원에 가입시 유사암 진단비를 3000만원까지 가입해 받을 수 있다.
유사암은 갑상선암, 기타피부암, 경계성종양, 제자리암 등으로 발병률이 매우 높은 반면 치료비는 적게 드는 암이다. 이중 갑상선암은 위암, 폐암 등 일반암으로 구분되는 암들과 분류를 나누지 않았었지만 국가검진 등으로 최근 조기발견이 크게 늘면서 암보험 손해율을 급격히 끌어올린바 있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갑상선아 등을 유사암으로 분류해 최근까지도 일반암 진단비의 10~20%만 지급해 왔다. 일반암인 위암으로 진단받을 경우 2000만원을 지급했다면 유사암인 갑상선암의 경우 200만원만 지급해 왔던 것.
그러나 손보업계의 장기 보장성보험 과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사암'이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로 떠올랐다. 새로운 구조의 상품이 등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병률이 높고 치료비가 낮은 암'의 보장금액을 높여 보험을 통한 '초과이익'을 미끼로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삼성화재를 비롯한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도 4월 경험생명표 및 참조요율 변경 등에 따른 상품개정을 앞두고 이달 말까지 유사암 진단비를 최대 3000만원까지 끌어올리는 일명 '절판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일부는 지난 15일까지 30세 이하에 한해 유사암 진단비를 최대 5000만원까지 높이기도 했다.
일견 소비자에게 좋아 보이지만 차후 손해율이 급증할 경우 대다수 보험가입자에게 보험료 상승이라는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본래 수지상등이라는 보험원리와 달리 소비자들에게 보험이 '초과이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잘못 박힐 경우 보험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위암에 이어 대장암, 갑상선암, 폐암, 유방암 순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순으로 유사암 발병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월 1일 기준 암유병자수를 따져보면 남자는 갑상선암이 6만5336명(8.6%)으로 4위를 차지했고, 여성은 갑상선암이 31만4610명(32.2%)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단금을 높이는 것은 결국 암보험 전체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보험사들이 단기간 영업수익이나 시장점유율(M/S)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정기간 인수심사를 완화하고 보장금액을 늘리는 등의 영업방식은 그동안에도 전략적으로 종종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처럼 기형적으로 진단금을 상향하는 것에 대해 보험업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보험상품을 '로또'처럼 판매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들 손보사들은 최근 치매보험에서 경증치매 진단금을 두고 과당경쟁을 벌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사암 진단비가 일반암 진단비를 뛰어 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유사암 진단비를 그동안 소액암처럼 취급하며 계속 진단비를 줄여온 이유는 건강검진 확대로 조기발견이 많아져 손해율이 엄청나게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진단금을 높이는 행위는 보험사의 가장 핵심인 리스크헷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며 "다른 회사들도 결국 따라갈 수밖에 없어 보험영업환경을 악화시키고 결국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최근 문제시 됐던 경증 치매진단금과 달리 암보험은 임의진단이 아닌 병리상진단이 내려지는 만큼 보험사기나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소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당분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치매보험처럼 위험성 있게 지켜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상당기간 비정상적인 사이클로 유사암 진단급여 상향이 지속될 경우 경영실태평가 등에서 손해율 등을 따져보고 실제 내부통제,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