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확대, 보험가입인수심사(언더라이팅) 완화 등으로 장기 인(人)보험 시장을 이끌던 메리츠화재가 손해율이 높아지자 인수심사 고삐를 조이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달부터 실시한 장기인보험 시장 손해율 관리를 위해 다음달부터 유사암 진단금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유사암 진단금은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처음 일반암 수준인 3000만원으로 확대하면서 보험사들의 경쟁이 뜨거웠다. 유사암은 발병률은 높지만 치료비는 비교적 적게 드는 암으로 기존까지는 일반암 대비 진단금을 10~20%만 지급해 왔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지난달부터 손해율 관리에 나서 유사암 진단비를 성인 2000만원, 어린이 50000만원으로 낮추고 다음달부터는 1000만원으로 일제히 인하한다. 가입금액과 누적한도 모두 축소되는 것으로 이미 다른 회사에서 유사암 1000만원에 가입된 소비자라면 추가가입이 불가능하다.
메리츠화재는 또 타사대비 높은 보장금액과 짧은 감액기간을 유지했던 치아보험도 감액기간을 늘리고 보장금액은 축소할 방침이다. 브릿지, 임플란트, 틀니 등 보철치료의 감액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고 가입금액도 최대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이 역시 다음달 중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보장금액과 인수기준이 강화되는 만큼 대규모 절판 마케팅 조짐도 일고 있다. 치아보험의 경우 월평균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던 것에서 11월 한달만에 3억1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가 이처럼 보장금액 축소와 인수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높아진 손해율 때문이다.
지난해말 85.3% 수준이던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올해 3분기 92.0%까지 높아졌다. 전년 동기 84.8%와 비교하면 1년새 7.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장기보험 전체 손해율은 올해 3분기 79.6%로 전년동기 대비 0.1%포인트 증가에 그쳤지만 경쟁 심화로 올해 사업비 지출이 큰폭으로 늘어나면서 합산비율도 치솟았다.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사업비율은 올해 3분기 31.8%로 전년동기 27.2% 대비 4.6%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합산비율은 지난해 3분기 106.7%에서 올해 111.5%로 높아졌다. 보험은 손해율과 사업비를 합해 100%가 넘으면 손실이 나는 구조로 장기보험에서 10%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메리츠화재는 주요담보를 확대하고 인수기준을 완화하는 전략을 통해 장기보험시장을 이끌어왔지만, 손해율 증가에 따라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이같은 메리츠화재의 전략 수정이 장기보험 시장전체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주요 손보사들의 장기보험 위험손해율 역시 올해 3분기 들어 대부분 90%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내달부터 대부분의 상품에서 유사암진단비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장기보험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손해율 관리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