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상승 주범으로 꼽히는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수술비에서 백내장 담보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손해율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조치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오는 10월 상품개정을 통해 일부 상품의 질병수술비에서 손해율이 높은 백내장 담보를 분리해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백내장을 포함한 수술비담보가 30만원을 보장했다면 상품 개정 이후에는 백내장을 포함하는 질병수술비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누고 백내장을 포함할 경우 수술비 보험금을 10만원으로 낮추는 식이다.
또 특정수술을 꼽아 추가적인 수술비를 보장하는 '64대질병수술비' 담보에서도 백내장 보장을 분리한다.
백내장을 제외한 64대질병수술비는 이전과 같이 100만원의 수술비를 보장하고 백내장은 별도로 분리해 30만원만 보장하도록 금액을 낮출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손해율을 일부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최근 관련한 보험사기, 역선택, 모럴리스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일부 병·의원에서 백내장 수술시 시력교정 목적으로 다초점렌즈를 삽입하면서 수술전 시행하는 각종 검사료를 과거 대비 10배에서 많게는 170배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초점렌즈가 실손보험 보상 대상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금융감독원이 2016년 이를 실손보험 보상에서 제외하자 렌즈비용은 낮추되 수술전 시행하는 검사비를 올리는 '꼼수'를 쓴 것이다. 검사비는 임의비급여 항목이어서 병원간 차이가 나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실제 의원급에서는 백내장 초음파 검사 진료비가 최저 1만원에서 최고 120만원으로 120배 차이가 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 계측검사비의 경우 최저 1만5000원에서 최고 260만원으로 173배까지 차이가 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특정 병원이 브로커를 동원해 백내장 환자를 끌어오고 금품 리베이트를 받는 등의 보험사기 방식도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손보험 손해율의 주범으로 꼽혔던 정형외과 도수치료의 경우 회당 20~30만원 수준이지만 백내장의 경우 총 진료·수술비가 500~600만원 수준이어서 양쪽 눈을 다 할 경우 1000만원까지 비용이 발생해 손해율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에 육박한 상황이다. 이는 보험사들이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1.3배 더 많았다는 얘기다. 실손보험 보유계약이 많은 주요 손보사들의 경우 최근 백내장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액만 월 100억원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백내장 담보를 수술비에서 분리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손해율에 큰 개선을 이루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 관련 TF를 꾸리는 한편 금감원에서도 백내장을 이용한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실태조사 및 방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수술비 담보를 분리 운영하는 것이 일부 손해율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과거 렌즈삽입 수술비용이 높았던 반면, 렌즈삽입을 (실손으로) 보장하지 않자 검사비를 높이고 있어 전체적인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