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은 커졌지만 고객에 대한 관리나 책임은 지지 않는다.'
'보험사 대비 모집효율 지표가 낮고 내부통제가 잘되지 않아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다.'
보험시장에서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보험영업의 강자로 떠올랐지만, 업계의 평가는 부정적인 면이 강했다.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판매해 비교판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높은 수수료 상품만을 좇아 수수료 경쟁을 부추기고, 계약유지율이나 불완전판매 등 보험영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모집효율은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부정적인 시선을 뒤집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GA에 대한 당국의 규제강화 등이 이어지면서 합종연횡으로 커지던 지사형(연합형)GA 보다 본점인력을 키워 조직관리를 강화하던 기업형(독립형)GA들의 약진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GA들은 주요 대형보험사들보다 계약유지율이 더 높거나 불완전판매율이 양호하게 나와 GA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임을 뒤집을 수 있을 전망이다.
◇ 10대 GA 모집효율 보험사 턱밑 추격
올해 상반기 보유설계사 기준 10대 대형GA의 생명보험 13회차 유지율 평균은 78.61%다. 생명보험사 빅3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평균인 79.83%와 거의 유사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손해보험 상품의 13회차 유지율 평균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대형 3사 평균인 83.53%보다는 낮은 80.79%를 기록했지만 80% 이상인 GA가 10곳 중 6곳으로 절반을 넘었다.
가입 후 2년 이상 보험계약을 유지한 25회차 계약유지율은 생·손보 위상이 조금 갈렸다. 10대 GA의 25회차 생명보험 유지율 평균은 59.12%로 보험사 평균 64.86% 대비 5.74%포인트 낮았다. 반면 손해보험의 경우 GA 유지율 평균은 67.57%로 생명보험 대비 높게 나타났고 대형 보험사 평균(67.69%)과 비교해도 0.12%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과거와 달리 독립채산제(본점의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는)로 운영되는 지사형GA 대비 기업형GA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본사인력을 키우고 자체 설계사 교육을 진행하는 등 계약유지와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한 별도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
◇ A+에셋 약진, 생보 빅3 제치고 계약유지율 1위
개별 회사별로 비교할 경우 보험사를 뛰어넘는 GA도 눈에 띈다.
A+에셋어드바이저(이하 A+에셋)는 보유설계사수가 6월말 기준 4212명으로 10대 GA가운데서는 가장 적다. GA는 영업채널이기 때문에 모집조직 수로 규모를 판단한다.
그러나 A+에셋의 규모대비 유지율 및 불완전판매비율 등의 지표는 오히려 대형 보험사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A+에셋의 생명보험 13회차 유지율은 85.07%. 10대 GA를 비롯해 빅3 보험사도 뛰어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13회차 유지율은 79.91%, 한화생명 81.33%, 교보생명 78.24%였다.
25회차 유지율은 74.08%로 10대 GA와 빅3 보험사를 포함해 유일하게 70%대를 넘겼다. 10대 GA중 25회차 생명보험 유지율이 가장 낮은 한국보험금융(44.63%)과의 격차는 30%포인트에 달하며, 보험사들과도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삼성생명 25회차 유지율은 66.30%, 한화생명 62.43%, 교보생명 65.86%다.
손해보험의 경우에도 13회차 유지율 84.14%로 삼성화재(81.53%), 현대해상(82.975)을 뛰어넘었고, 25회차 유지율 역시 72.87%로 빅3 손보사(삼성 65.43%, 현대 70.75%, DB 66.90%)보다 높았다.
계약유지율은 보험계약 체결 후 1년(13회차), 2년(25회차) 이후까지 보험계약이 해지되지 않는 비율로, 고객만족도나 완전판매 등 내실경영의 척도다. 특히 13회차 이상 유지시 GA설계사에게 지급된 시책이 환수되지 않아 급격히 유지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와 달리 25회차 유지율이 보험사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그만큼 계약 유지를 위한 관리를 잘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A+에셋의 불완전판매비율은 생명보험 0.07%, 손해보험 0.02%로 대형보험사들과 비슷하거나 낮게 나왔다.
A+에셋을 비롯해 최근 기업형GA들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점도 이같은 성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경순 A+에셋 사장은 "유지율 향상과 불완전판매율 감소를 위해 감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며 "2020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아직 만족할만한 지표라 할 수는 없어 보험사 수준의 내부통제제도를 마련 중으로, 자정노력을 통해 GA업계가 고객들에게 환영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GA는 수수료가 높은 계약만을 고객에게 권유할 것이란 편견이 있는데, 여러 보험사와 거래하기 때문에 수수료수입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판다"며 "보험상품 비교가 '보험 리모델링' 위주로 흐르면서 유지율 저하,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선택권 확대와 모집인의 자율적 활동으로 GA 확대 트랜드를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의 GA 규제 강화로 인해 GA업계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컴플라이언스 등의 관리시스템을 갖추는데 필요한 투자를 집행할 여력이 있는 기업형GA들이 상대적으로 약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가 강화되면 업계 재편을 통한 대형 기업형 GA들의 파워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업계 역시 이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수수료를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사실상 보험사에 '갑'처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험사가 전속조직을 줄이고 GA 비중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상생관계로 가야한다"며 "수수료 경쟁은 결국 가격에 반영돼 보험사도 피해를 보는데 자체적으로 유지율을 높이고 관리를 잘하는 GA의 경우 보험사들이 찾아나서고 해당 GA를 위한 별도의 상품을 만드는 등 저절로 갑이 되도록 위상이 달라지는 시기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