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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약관 쉽게 바꾼다는데…'소비자 선택권 제한' 논란

  • 2019.10.23(수) 09:25

당국, 주계약 무관한 특약부과 금지·상품 사전검증 의무화 추진
업계 "소비자 선택권 제한, 보험료 부담 늘고 현실성 낮아"

어렵고 복잡한 보험약관을 그림이나 표, 동영상 등을 통해 보다 쉽고 접근하기 편하게 개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히 매번 성과없이 끝났던 약관 개선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상품의 복잡한 특약을 제한하고 새로운 상품의 사전검증을 의무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조치들도 실시된다.

그러나 보험업계가 '일부 방안들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나서 추진여부를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 보험약관, 쉽고 착하게 바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보험약관을 '쉽고, 착하게 만든다'며 개선방안을 내놓고 소비자단체, 보험업계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치매보험, 즉시연금, 암보험 입원일당 등 최근 각종 보험관련 분쟁이 불명확한 약관에서 기인한데다 실상 계약내용을 담은 보험약관을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펼쳐보는 소비자들이 거의 없어 이와 관련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우선 그림이나 표, 그래프 등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를 신설해 약관의 핵심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주요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등 보다 접근성을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기존에 주요 내용을 나열했던 약관요약자료에 앞서 보험약관의 구성이나 핵심내용들을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약관이용 가이드북'을 전면에 배치해 약관을 찾고 이해하기 쉽게 할 방침이다.

가입하는 상품 자체에 대한 오인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보험상품명'도 정비한다.

'가족사랑보험', '간편한OK보험'과 같이 보장내용이 불명확한 상품명의 경우 '가족사랑 정기보험', '간편한OK 건강보험' 등 상품의 종목을 상품명에 표기토록 하고 '연금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과 같이 연금보험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품이 경우 '연금'이란 단어를 제외하는 등 오인소지가 있는 표현을 원천 봉쇄한다는 방침이다.

◇ 보험약관 개선안=사실상 사전점검 부활?

개선안 중 보험업계가 반발하고 나서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특약부과 금지'와 새로운 상품의 '사전검증을 의무화'하는 부분이다. 업계는 사실상 사전점검 부활 등 상품자율화 이전으로 회귀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국은 가입실적이 낮거나 보험금 지급실적이 없는 특약, 상품과 무관한 특약 부과를 아예 금지할 방침이다. 즉 암보험에서 암으로 인한 진단, 입원, 수술 등의 특약 이외에 골절진단비, 급성심금경색증진단비 등 다른 질병, 상해 등을 보장하는 특약 부과를 원천 금지한다는 것.

당국은 우리나라 보험상품의 특약이 과도하게 많은 패키지형으로 팔리고 있어 약관이 비대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계약에 특약이 200개가 넘는 상품도 있는데 이는 (특약을) '끼워팔기' 등으로 악용되거나 약관을 비대하게 만드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같은 상품들은 사실상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고 보고 해외에서도 이 같은 상품들이 거의 없는 만큼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상품내용을 변경하는 경우 법률검토를 실시하고 의료리스크에 대한 사전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도 보험사 자체적으로 사전검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의무화가 아닌데다 검증수준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험협회를 통해 진행되는 '제3보험 입·통원 신상품개발 협의기구(이하 협의기구)'의 심사대상도 확대한다. 협의기구는 의료기관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단체로 입·통원, 수술 등을 보장하는 상품을 개발시 보험금 지급사유, 청규서류 등을 사전협의 하는 단체다. 지금까지는 담보 등이 새롭게 개발된 신고상품만 심사했지만 앞으로는 일부 내용만 변경되는 자율상품도 심사대상에 포함해 전부 검토할 예정이다.

법률적인 문제 등으로 약관의 내용이나 문구 등을 쉽게 바꾸고 개선하는데 제한이 있는 만큼 약관자체의 사전검증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과거 완화된 규제들을 다시 옥죄는 형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업계 "반대의견 전달했는데도 강행"

현재 당국이 추진중인 보험약관 개정 TF에 보험업계도 포함돼 있는 만큼 보험업계는 당국에 해당 안건들에 대한 반대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당국이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선안을 발표하자 업계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손보사를 막론하고 특약부가 금지 등에 대해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당국은 협의된 내용이라고 하지만 실상 업계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특약을 늘려 보험료를 증가시키는 등의 행위는 문제지만, 보험에 가입할 때 일부 특약을 추가해 다양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아예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오히려 여러 상품에 가입해야해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별로 규모가 다른 만큼 가입실적이나 지급실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어떤 소비자에게는 필요하거나 효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예 제한하고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사전검증을 강화하는데 있어서도 협의기구의 심사대상을 자율상품으로 늘릴 경우 업무과부화로 인해 상품개발이나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의기구가 상설기구도 아닌데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어 개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완전 새로운 상품이 아닌 약간 수정된 상품의 경우 자율상품으로 별도 심사가 필요하지 않은데 이를 모두 심사대상에 포함할 경우 업무가 늦어져 상품판매에도 지장이 생기는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팔리던 상품만 팔고 사실상 새로운 상품을 만들지 말라는 것처럼 들린다"며 "보험상품 자율화로 사후감리로 규정이 변경됐음에도 오히려 규제가 이전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 역시 약관 개선 TF에 참여했고 이들의 공감대는 어느정도 형성된 상태"라며 "개선방안과 관련해 다음주 중으로 보험업계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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