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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우려돼 '상품구조 바꾼다'는 금융당국

  • 2019.10.24(목) 17:45

무해지종신보험, 저축성보험으로 불완전판매 우려
당국, 상품구조 제한 추진..'환급률 100% 이내' 등 거론
업계 "상품구조 아닌 판매관행 문제" 불만

금융당국이 '무해지·저해지환급금 보험상품(이하 무·저해지상품)'에 대한 집중 점검의지를 밝힌 가운데 '상품설계 제한'이란 칼을 빼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DLF(파생결합상품)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취지인데, 보험업계에선 이례적이며 과도한 개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품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판매 관행의 문제인데 이를 상품구조를 바꿔 해결하려는 것으로 실상 기존상품과 차별화를 잃어 원래 상품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무·저해지상품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납입기간 중 해지할 경우 낸 보험료를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거나(무해지) 거의 받지 못하는(저해지) 상품이다.

이중에서도 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무해지환금형 종신보험'이다. 판매되고 있는 무·저해지상품 가운데 보험료가 가장 높고 만기환급금을 강조해 이자가 높은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하는 등 불완전판매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무·저해지상품은 지난해에만 176만건이 판매됐으며 올해는 3개월만에 108만건이 판매되는 등 최근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소보험사들을 중심으로 무해지 종신보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무해지 종신보험은 일반 종신보험 대비 보험료가 20~30% 가량 저렴하지만 납입을 완료한 후 받게되는 환급금은 일반 종신보험과 동일하다. 낸 보험료를 기준으로 보면 납입을 완료했을 경우 일반 보험상품보다 유리한 것이다.

문제는 일부 영업현장에서 만기환급금만을 강조해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납입기간이 20년일 경우 일반 종신보험 환급률이 100%를 겨우 넘기는 반면, 무해지보험의 경우 130%를 넘어서고 있다. 이를 일부에서 은행 예적금 가입보다 유리하다는 식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환급률이 높게는 200% 수준까지 오르는 상품도 있는데 이는 가입후 30~40년 후로 사실상 유지율이 굉장히 낮은 시기로 볼 수 있다.

무해지 상품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중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없고 보험납입기간이 장기인데다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나 중도인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판매시점에 만기환급금만 강조해 안내할 경우 차후 대규모 민원사태로 불거질 수 있다는게 당국의 판단이다.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 8월 무·저해지상품에 대해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을수 있음을 고객이 자필로 기재하고 해지시점별 해약환급금을 가입자에게 설명토록 하는 등의 무·저해지 상품의 안내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또 '무·저해지'란 상품명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해지환급금 미지급'등으로 상품명을 바꾸는 방안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한 지적이 이어지자 금감원은 미스터리쇼핑을 비롯해 판매가 급증하는 보험사나 GA(법인보험대리점)에 대한 부문검사 등 점검강화 계획과 함께 '상품설계 제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보험개발원, 보험협회, 업계 상품담당 실무자로 구성된 '무·저해지 상품 구조개선 TF'를 구성해 상품설계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 이는 무해지상품의 구조를 바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 업계 "영업행태 문제인데 상품구조를 바꾸려한다" 불만

보험업계는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질순 있지만 상품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DLF사태가 불거지며 함께 비견되고 있는데 DLF의 경우 상품자체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무·저해지상품의 경우 그렇지 않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란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문제에 대해 상품설계를 제한하는 접근은 이례적인 것"이라며 "상품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판매관행의 문제인데다, 실상 민원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상품의 구조를 바꾼다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미 북미, 일본 등 해외의 경우 국내보다 10~20년 전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화돼있는 상품"이라며 "국내에도 2015년 처음 들어와 상품의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는 건 이미 검증된 상태이고 당국도 저금리 대응상품으로 바람직하다고 해서 판매했는데, 갑작스레 상품설계를 제한한다는 것은 상품자율화 이전으로 회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보험요율 및 관련법규, 내부 운영지침에 따라 보험상품을 개발·설계하며 기준에 벗어나지 않는 상품들의 경우 자율상품으로 분류대 별도 신고없이 판매해 왔다. 다만 감독당국은 사후 기초서류 감리 등을 통해 개선사항이 필요할 경우 행정지도를 하는데 보험업감독규정 등에 상품설계 기준 등을 명시해 구조를 바꾸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판매관행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처럼 판매할수 있게 설계된 상품을 만드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구조적인 측면에서 악용하지 못하도록 상품이 합리적인 설계가 될 수 있게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GA 등 설계사의 마케팅 포인트를 위한 교육자료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이를 규제할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없다"며 "종신보험을 시작으로 암보험 등 조금씩 점검상품을 늘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저금리에 팔 상품 없다" 업계 부담 토로

무·저해지 상품은 최근 저금리, 경기침체 등의 사회적 구조에 맞춰 보험료를 낮춘 상품으로 최근 많은 상품들에 적용되고 있어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상품들에 집중하는 중소형보험사들의 경우 파장은 더 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설계 제한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저금리, 경기침체 등으로 전통적인 종신보험 판매가 어려운 상태에서 사실상 무해지, 저해지의 장점을 없앨 경우 판매할 상품이 없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서 당국에서 무·저해지 상품의 상품설계요건 강화를 추진한바 있으나 저렴한 보험료 선택권을 제공하는 등의 순기능을 인정해 안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정됐다"며 "이를 다시 뒤집자는 것으로 상품구조를 변경해 사실상 이전 상품들과 차이가 없을 경우 상품자체가 유명무실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국은 지난 8월 발표한 보험사업비 및 수수료 개편과정에서 무·저해지 상품에 대해 ▲저축성보험으로 설계 못하도록 환급률을 100% 이내로 설계하거나 ▲환급률 변동폭을 직전년도 대비 10%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급률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은 기존 종신보험과 사실상 큰 차이점이 없다"며 "보험상품 개발에 대한 자율성 침해뿐 아니라 어느선까지를 소비자보호의 테두리로 봐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저해지 상품의 인기가 높은 것은 저금리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진 것인데 기존 상품과 차이가 없으면 고객들의 니즈도 판매유인도 떨어질 것"이라며 "규제로 상퓸이 규격화, 획일화 될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뿐 아니라 상품의 다양성이 저하되고 적극적인 상품개발이 불가능해 시장이 위축돼 결국 영업력이 강한 대형사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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