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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장기복용 약값 보장하라는데…문제는 '보험료'

  • 2025.06.25(수) 10:38

권익위, 장기 처방조제비·유병력자 약값 보장 권고
금융당국 "현재 상품 구조로도 대부분 보장 가능"
보험료 인상 우려…유병력자 부담 더 커질 수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장기 처방 약제비 보장 강화를 권고한 가운데,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실효성과 보험료 인상 우려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경우 처방조제비 보장이 도입되면 손해율 급증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권익위는 최근 실손보험이 만성질환자 등 장기적으로 약 복용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약값 보장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권익위가 약값 보장 권고한 이유는?

현행 4세대 실손보험은 통원 치료의 경우 통원 당일 한도 20만원 내에서 진료비, 주사료, 검사료 등 병원 외래 제 비용과 약국 처방조제비를 합산해 보장하고 있다. 1~3세대 실손의 경우 약국 처방조제비에 5만~10만원의 한도를 두고 있다. 

입원치료 시에는 연 5000만원 한도(2021년 7월부터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 기준) 내에서 병원 치료비, 원내 처방 조제비, 심지어 퇴원 시 처방받은 약제비까지 폭넓게 보장되는 것과 비교할 때 통원 치료의 약값 보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권익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대상 질환에 대해 '30일 초과' 장기 처방조제비 보장을 실손보험에서 별도로 마련하도록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권고했다.

권익위는 또 노후·유병력자 전용 실손보험에 대해 금융당국이 설계기준을 마련해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권익위는 특히 유병력자 실손이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에게 필수적인 처방조제비는 전혀 보장하지 않아 특화상품으로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봤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금융위 보험업감독규정 및 금감원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이들 상품의 설계기준과 표준약관을 마련하고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통원 치료 처방조제비 보장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도록 했다.

실효성·수요 제한적…되레 보험료 오를 수도

그러나 금융당국은 장기 처방조제비에 대한 보험 보장 확대 필요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실제로 장기 처방을 통해 약을 6개월치 이상씩 받아가는 사례가 드물고, 현재 상품 구조로도 대부분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의 경우, 일정 기간마다 의료진의 경과 관찰과 처방 조정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6개월치 약을 한 번에 받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장기 처방조제비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직접적인 보장 수요도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더욱이 유병력자 실손보험이 처방조제비까지 보장할 경우 보험료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유병력자는 건강한 사람 대비 병원 이용이 많을 수밖에 없고 정확한 통계도 부족하다. 현재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입원치료는 10만원과 보장대상 의료비의 30% 중 큰 금액, 상급병실이용은 비급여 병실료의 50%, 통원치료는 2만원과 보장대상 의료비의 30% 중 큰 금액을 자기부담금으로 차감하고 있다. 보험료 갱신도 1년 단위인 데다가 재가입 주기도 3년으로 짧다. 유병력자라는 위험성을 감안해서 상품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보험은 불확실한 위험을 전제로 보장을 하기 마련인데, 유병력자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오히려 확실성이 전제가 된다. 처방조제비 포함으로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면 손해율이 증가하고, 손해율 증가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일반 실손보험 대비 보험료가 비싼데, 보험료가 더 오른다면 이를 납부할 여력이 되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도 "유병력자 실손보험에 처방조제비 보장을 신설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위험요율이 급격하게 올라가게 될 것이고, 보장을 과도하게 더 추가하게 되면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상승하게 돼 유병력자에게도 실손보험 혜택을 주자는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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