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평가위원회(이하 외평위)의 평가결과와 금융감독원 심사결과를 듣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지난 5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최소 1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가로 나올 것이란 기대와 달리 유력했던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두곳 모두 탈락했다.
지난 심사 결과에 당혹한 금융위가 16일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재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인가 사업자수(2개사 이하), 심사기준(혁신성·안정성 등 평가) 등은 지난 5월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되 외평위 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외평위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 금융‧법률‧소비자‧핀테크‧회계‧IT보안‧리스크관리 등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최종 결정권한을 쥐고 있지만 특혜 시비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인가심사권을 금감원에 위탁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최종 권한을 쥔 금융위가 지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평위원 명단은 비공개로 운영되며 심사 과정에 금융위도 개입할 수 없다. 최 위원장도 지난 5월 예비인가심사 결과를 발표 당일 오전에야 보고 받았을 정도다. 두곳 모두 탈락한 심사결과에 대해 금융위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16일 금융위 발표를 보면 필요시 외평위원장이 금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심사취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금융위 운영을 개선하기로 했다. 심사 결과에 대해 최종 보고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하면 심사과정에서 외평위원장이 금융위와 '접촉'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 것이다. 심사과정에서 금융위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전요섭 금융위 은행과장은 "원칙적으로 금융위가 외평위 판단 결과를 바꿀 수 있지만 그간 외평위 심사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왔다"며 "금융위가 최종결정하는 만큼 정책방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별도의 시간을 가지는 등 외평위 운영에 충분히 지원하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외평위나 금감원에 대한 불신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불신은 맞지 않다"면서도 "금융위는 외평위 구성에 개입하지 않는다. 정책방향 설명 그 이상은 아니다"고 답했다. 다만 "앞으로 외평위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는 내부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심사과정에 개입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금감원도 "개입은 과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회 등에서 금융위가 인가 과정에서 너무 손놓은 것 아니느냐는 비판이 있다보니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 "토스·키움 재도전하면 외평위원 그대로..새 후보 나오면 교체"
당장 올 하반기 예정된 외평위 위원을 어떻게 구성할 지도 민감한 문제다. 금융위는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를 본 뒤에 위원 구성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요섭 금융위 은행과장은 "지난 5월과 신청자가 같을 수도 있고 신청자가 더 많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며 "경우에 따라 위원 구성을 어떻게 해야 공정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다시 도전할 경우, 이 컨소시엄을 탈락시킨 위원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인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등 기존 신청자가 재도전하면 가급적 기존 외평위 위원들 위주로 구성하고 새로운 도전자가 신청하면 새 위원들 위주로 외평위를 구성해야 공정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오는 10월10일부터 15일까지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받기로 했다. 예비인가 심사결과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