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탈락했던 토스뱅크와 키움뱅크가 금융당국의 '족집게 강의'를 받았다. 이를 통해 재수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토스와 키움 측 관계자들을 불러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의 불승인 사유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안정적인 투자자를 구하라'는 조언을 들었으며,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보강하라'는 숙제를 받았다.
◇ 토스뱅크, 신한금융 필적할 파트너 찾을까
토스뱅크는 컨소시엄 구성단계에서 손을 뗀 신한금융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투자자(SI)를 구해야 한다.
앞서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초기 자본금 2500억원 중 60.8%를 비바리퍼블리카가 조달하고 나머지는 토스에 투자한 외국계 벤처투자사(VC)들이 책임지는 구조의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했다. 향후 2022년까지 1조2500억원으로 자본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이같은 토스컨소시엄이 넘어야 할 산으로 '토스가 금융주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금융주력자로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고비를 넘었는데 진짜 중요한 문제는 자금조달 자체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의 선례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초기에는 자본금 2500억원 수준에서 시작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1조원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초기자본금의 60.8%를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자본금 조달이 만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445억원으로 결손금이 1091억원까지 쌓였다. 매출(548억원)보다 지급수수료(616억원)가 더 큰 상황으로 아직 창업 초기 기업들이 겪는 '데스밸리(death valley)'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비바리퍼블리카는 필요한 자금을 벤처캐피탈 업계의 도움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했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금융당국이 볼 때 불확실성이 큰 계획이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토스뱅크에 참여하려던 벤처투자사(VC)들이 수익성을 보장받기 위해 '향후 토스뱅크가 증시 상장에 실패할 경우 이자를 더 받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투자가 아닌 부채라는 게 금융업계의 해석이다.
하반기 토스뱅크가 다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도전하려면 현재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던 VC들의 지분을 최소화하고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분도 부담이 없는 선까지 줄일 수 있도록 자금동원력이 강한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는 않지만 신한금융이 다시 참여하거나 신한금융에 필적할만한 파트너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 관계자는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이유에 대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다시 도전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키움뱅크, 컨소시엄 모양새는 좋은데 허술한 사업계획
키움뱅크의 예비인가 불허 원인은 '사업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토스뱅크에 비하면 상황이 괜찮다.
금융업계에서는 키움뱅크컨소시엄 구성이 너무 다양해 인가 과정에서 엇박자가 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인가신청 기한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주주구성이 계속 바뀌다 보니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컨소시엄 구성이 알려지기 전만해도 키움뱅크는 '증권과 은행의 뻔한 만남으로 혁신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었다. 금융당국이 '혁신성'에 대해 평가비중을 높게 두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증권과 은행이라는 식상한 만남이 아닌 ICT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최종적으로 지분 26% 가량 ICT기업 참여를 이끌어냈지만 이들을 포함해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다듬는 것에는 실패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에서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컨소시엄 구성원이 머리를 맞댄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혀 새로운 도전자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기존 유력했던 도전자를 보강해 인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금융당국으로서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이라며 "키움뱅크의 경우 예비인가 탈락사유가 치명적이지 않아 준비만 충분하게 한다면 무난하게 예비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키움뱅크 관계자는 "재도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컨소시엄 참가자들과 함께 탈락 이유를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