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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융보복?]②내구력 강해진 한국 금융

  • 2019.08.07(수) 16:49

당국·전문가 "외환위기와 지금,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일본 의존도 낮고 한국경제 탄탄해져
금융위장 "밥 안먹으면 배고프다는 식 언론보도 유감"

[글 싣는 순서]①22년전 트라우마 ②내구력 강해진 한국 금융 ③가능성 낮지만 파급력 크다

일본의 일부 극우파가 한국에서 '제2의 IMF외환위기'가 일어나기를 바랄지 모르겠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이 금융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낮고 설령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때'(1997년)는 일본 은행의 자금 회수로 위기가 촉발됐지만 '지금'(2019년)은 일본 금융보복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만큼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 외환위기의 성격과 결과' 논문에서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은행의 자금회수'라고 분석했던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7일 "그때(1997년)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1990년대 한-일간 금리차이가 많이 나서 한국이 일본에 단기외채를 많이 빌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1997년과 2019년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외채인데 지금은 외채가 굉장히 적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금융제재를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일본 금융자금의 회수 가능성 및 파급영향 점검'을 보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일본계 은행이 보유한 한국 자산규모(대출·채권·주식 등 포함)는 작년말 563억달러다. 글로벌 은행의 대(對) 한국자산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6%로, 1995년 40%대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BIS는 일본계 은행의 한국자산 298억달러 중 1년 이내 단기자산을 114억달러로 집계하고 있다.

일본이 단기자산을 빼가는 최악의 경우에도 국내 금융권이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고유동성 외화자산, 정부의 외화보유액 등 2중 '충격흡수 장치' 덕분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등으로 외화가 유출될 경우 은행이 '최소 30일 동안 감내'할 고유동성 외화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외화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제도를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고유동성자산은 총 174억5000만달러다. 시중은행의 고유동성자산이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관련 단기자산보다 많은 것이다. 그만큼 국내 금융의 내구력이 탄탄해진 셈이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계 단기자금이 이탈할 우려도 있지만 국내 은행의 고유동성자산이 일본의 단기자금 규모보다 크고, 설령 은행이 부족하더라도 정부가 보유한 외환 보유액이 있어 모두 커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204억달러에서 올 6월 4031억달러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기업의 건전성, 금융시스템의 안전성 등도 외환위기때보다 탄탄해졌다.

김효상 부연구위원은 "금융업은 신뢰 산업이라 일본 자금이 이탈되고 나면 다음에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며 "일본 당국이 금융제재 조치를 취하더라도 일본 은행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일본 은행 입장에선 한국시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좋은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일본 금융제재에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국내 금융은 일본 의존도가 높지 않고 자금조달원의 대체 가능성이 크다"며 "설령 일본이 금융제재를 가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오히려 언론이 위기를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한국계 은행이 지급불능에 처할 수 도 있다'는 외신에 시장이 급격하게 반응했다"며 "내용을 보면 '은행에 신규조달이 막히거나 차환에 어려워지면 지급불능에 처할 수 있다'였다. 밥 안먹으면 배고프거나 죽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일부 국내 언론 보도를 보면 글로벌 위기 당시 외신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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