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생명이 1000억원 규모의 10년 만기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 첫 공모발행으로, 지난 9일 사모방식의 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포함하면 올해만 총 1500억원 규모다.
이는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RBC비율 산출시 퇴직연금 리스크 반영 비율이 커진데 따른 선제적인 조치다. 푸본현대생명은 6월말 기준 RBC가 감독당국 권고치(150%)를 상회하는 222%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 자산에서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타사대비 RBC 변동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퇴직연금자산은 7조1514억원으로 총자산(14조6266억원)의 절반에 달한다. 올해 6월부터 RBC 산출시 퇴직연금리스크 반영 비율이 기존 35%에서 70%로 늘어나면서 푸본현대생명 RBC는 3월말 304%에서 6월말 222%로 82%포인트 하락했다.
푸본현대생명은 내년 6월 RBC의 퇴직연금리스크 반영 비율이 70%에서 100%로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고내년 4월 만기가 돌아오는 500억원 후순위채권 차환을 포함, 내년 1분기까지 총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1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으로 푸본현대생명 RBC는 255%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500억원 규모 차환발행까지 합할 경우 RBC 산정기준이 추가로 강화된다고 해도 RBC비율 230~250%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하는 2022년까지 RBC비율 25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저금리에 따른 이자비용 감축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내년 1분기까지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RBC산정 기준 강화에 따른 선제적인 대응 차원이지만 앞서 발행한 높은 이자의 후순위채권을 저금리로 교체해 이자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푸본현대생명이 이달 사모형태로 발행한 후순위채권 금리는 4.3%, 내달 발행할 후순위채권의 희망금리 밴드 역시 3.90~4.30% 수준으로 최고 4% 초반대 금리를 예상하고 있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 금리가 5.3%인 점을 감안하면 자본조달비용을 1%포인트 이상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기존 유상증자와 비교하면 큰폭의 RBC비율 상승을 이끌지는 못할 전망이다. 이는 퇴직연금 리스크 반영 비율이 크게 늘어나면서 위험액이 큰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적자와 재무건전성 악화를 겪던 푸본현대생명은 2017년 9월 조직효율화 차원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지난해 9월에는 대주주를 대만 푸본생명으로 변경했다.
대주주인 푸본생명은 지난해 현대커머셜 등과 함께 3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이를 통해 RBC를 10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반면 이번 후순위채는 발행 규모가 유상증자 절반에 해당하지만 RBC비율은 33%포인트 정도만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RBC비율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기준금액이 2018년말까지 3000억원 안팎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말(2997억원) 대비 1454억원 늘어난 4451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분자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금액은 2018년말 892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9861억원으로 941억원 증가에 그쳤다.
퇴직연금 보유계약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방카슈랑스 영업 확대에 따른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강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기존에 반영하지 않았던 퇴직연금 준비금의 시장·신용위험액을 RBC에 반영하면서 퇴직연금 규모가 큰 보험사들의 RBC 영향이 크다"며 "이번 후순위채 발행 규모는 앞선 유상증자의 절반 수준이지만 RBC 개선이 크지 못했던 것은 자본인정이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위험액이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35%에서 올해 6월 70%로 퇴직연금 리스크 반영이 늘었는데, 올해 위험액 확대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퇴직연금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위험액 증가분 만큼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후순위채 상환기일은 2029년 10월 2일로 KB증권과 유안타증권이 인수 주관사를 맡았다. 상장신청은 오는 27일, 상장은 내달 2일이다. 중도상환권리(콜옵션)는 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이후에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