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들의 수익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동차금융이 새로운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할부금융사와 리스사가 주름잡던 자동차할부시장에 카드사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와 르노삼성, 벤츠 등을 전담하는 할부금융사가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해당 완성차업체 외의 차량을 구입하는 데에 카드사 혜택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 카드사, 3분기 자동차할부 수익 역대 최고
자동차할부시장의 최강자는 여전히 할부금융 전문회사다. 할부금융사는 자동차 구매를 조건으로 구입자금을 대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의 업무를 주로 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할부금융업계는 올해 2분기 자동차할부시장에서 총 2331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전체의 65.34%다.
할부금융업계 내에는 현대차와 르노삼성, 벤츠 등을 전담해 처리하는 회사들이 있다. 이 회사들의 실적을 제외한다면 2분기 할부금융사들의 자동차할부 수익은 291억원으로 쪼그라든다.
뒤이어 리스업계가 지난 2분기 667억원(18.71%)의 자동차 할부수익을 거두며 2위권이다. 리스사는 차를 회사가 매입한 뒤 사용권을 소비자에게 일정 기간 이전(리스)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 영업을 전문으로 한다.
이 뒤를 카드업계가 바싹 쫓고 있다. 국내 신용카드사 중 자동차할부 상품을 취급하는 신한과 KB국민, 삼성, 우리, 롯데카드는 지난 2분기 총 563억원(비중 15.81%)의 자동차 할부수익을 거뒀다.
3분기 들어서는 리스사들과 차이를 더 좁힌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신용카드사들은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서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수익을 거뒀다.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전업계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부분 수익은 635억원이다. 지난 2분기보다 12.7% 증가한 수치며 1분기보다 1.4% 증가했다. 전년 같은기간보다 10.1% 늘었다.
아직 할부금융업계와 리스업계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카드사들은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리스업계를 따돌리고 자동차할부금융의 2위 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사업다각화 한 축…'신한' 앞서고 'KB국민' 약진
카드사들이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조치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카드가맹점 결제액이 대폭 증가했지만, 카드사들이 거둬들인 가맹점수수료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수수료율이 줄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올해 상반기에만 4000억원 가량의 수익이 줄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감소한 수익감소분을 다른 곳에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자동차할부금융을 수익보전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올해초 오토사업본부와 수입차금융팀을 신설하고 수입차 금융센터를 1개에서 3개로 확대했다. 자동차금융 플랫폼 '마이오토(MyAUTO)'도 선보였다.
최근 가장 자동차할부시장에 공을 들이는 카드사는 KB국민카드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자동차할부시장에서 업계 3위권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삼성카드를 제치고 2위다. 리스업계의 강자인 KB캐피탈과 손잡고 KB캐피탈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 3.0'에 KB국민카드 자동차금융 상품을 연계할 예정이다.
삼성카드는 2016년부터 서비스 중인 모바일 자동차금융 플랫폼 '다이렉트 오토'를 꾸준히 업그레이드 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올해만 해도 '내차 시세 조회'와 '내차 팔기' 등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자동차할부금융 한도를 조회할 수 있는 '롯데카드 다이렉트 오토' 서비스를 선보였고, 우리카드도 최근 '카정석Auto'라는 자동차금융 브랜드를 새로 출시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자동차할부시장은 블루오션이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영역을 넓힐 여력이 많다"며 "고신용자들에게는 기존 캐피탈회사보다 더 낮은 금리로 자동차할부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