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는 오리무중. 어느 해보다도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고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
카드업계가 올해 경영 키워드로 생존을 꺼내 들었습니다. 국내 주요 카드전업사 사장들이 한해 사업방향을 제시하는 신년사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위기와 혁신을 거론했습니다. 카드없이 물건 사는 사람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이들의 고민은 어디서 비롯됐을까요.
지난 2일 새해를 맞아 많은 기업에서 시무식이 열렸습니다. 카드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눈에 띄는 점은 유독 다른 업계에 비해 위기를 거론한 사장님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를 "한치 앞도 바라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 역시 "(올해) 경영환경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유례없는 급속한 기술변화 속도와 세계경제, 정치가 주는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올해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카드사는 (더이상) 가맹점수수료 기반 영업과 카드론 등 전통적인 금융 이익에 의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카드사 CEO들이 신년사에서 일제히 '우려'를 표한 것은 카드업 자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경제성장률이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비 위축 우려가 나오고 각종 페이사업 확대에 카드업계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 등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3%로 내다봤습니다. 2010년 이후 눈에 띄게 성장률이 줄어들고 있는데요. 지난해 9월 국내 물가성장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장기불황 전초라는 진단과 소비위축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중·소형가맹점 우대수수료 확대 정책과 특판금리 적용 금지 등 금융당국 규제는 기존 수수료 및 이자 수익의 추세를 꺾었습니다. 2018년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의 IFRS 기준 순익이 전년대비 21.5% 감소한 1조7026억원을 기록한 데는 규제영향이 컸다는 해석입니다.
주요 테크 기업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의 서비스로 간편결제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카드사 입지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액은 약 80조원인데, 이 중 40% 정도를 테크 기업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든 점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은행과 달리 예·적금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차입과 채권발행 등으로 자금을 융통한 수익으로 생계를 꾸리는데요. 지난해 본격화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완화 흐름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현재 기준금리는 1.25%로 2년 만의 최저치 수준입니다.
그 결과 회사채 금리는 2018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2일 현재 1.924%(무보증 3년 AA- 기준)까지 내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나이스신평은 작년말 "카드채 발행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대체로 업황 전망이 어둡다 보니 카드사들은 자연스럽게 신규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회원정보를 바탕으로 한 각종 데이터 활용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해당 키워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삼성카드는 미래환경 대응을 위한 신사업 강화를 내걸고 실시간 개인화 마케팅을 통한 회원기반 강화와 데이터분석 디지털 활용 역량 심화를 주축으로 한 사업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신한카드는 간편결제와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등 미래 결제시장에 신속히 대응하는 한편 소비지출관리와 종합자산관리 등 마이데이터 사업과 마이송금, 마이크레딧 등 혁신금융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KB국민카드는 디지털 영역에서 차별화를 추구하고 동남아지역 사업 확대 계획을 밝혔습니다. 카드사만의 데이터 역량을 활용해 초개인화 마케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 역시 디지털플랫폼 구축 등을 신사업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관건은 제도 마련입니다. 데이터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통과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따라서 업계 시선은 당분간 국회로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신년사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마이데이터사업 등을 영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며 "신사업 제도적 안착과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