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신사업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리스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플랫폼사업을 통한 수수료 수익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핵심 수익원인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떨어지자 생존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지가 읽힌다.
26일 KB국민카드는 서울 본사에서 갈라인터내셔날·넵튠코리아·대화컴퓨터·비욘드테크·에이샵·피치밸리 등 애플(Apple)사 제품 판매업체 6개사와 리스금융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다음달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등 IT 제품을 대상으로 한 리스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KB국민카드가 정보통신기기를 대상으로 리스 사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법인을 대상으로 자동차 리스사업에 주력해왔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이번 리스사업 확대를 계기로 소비자 내구재 등으로 상품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사업 확대는 수익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오랜기간 카드업계 캐시카우였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정부의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완화 정책으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가맹점수수료와 함께 주요 수익원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수익성도 대출금리 인하로 하락세다. 여기에 규제로 인해 대출사업을 확대하는데 제약을 받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이 6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레버리지배율 규제 때문이다. 작년 9월 현재 롯데·신한·우리·KB국민·하나·현대카드 등 7개 카드사의 평균 레버리지는 약 5.1배에 달한 상태다. 레버리지배율 한도에 다다랐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카드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하나카드가 올해안에 할부금융사업 론칭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카드업황을 이겨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지난해 하나카드 순이익은 전년대비 43.7% 감소했다. 부차적인 사업없이 신용카드업 자체에 주력해오다 정부정책에 고스란히 노출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카드사들은 플랫폼사업도 타진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달말 반려동물 대상 보험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플랫폼 '아이펫'을 론칭했다. 플랫폼에서 보험상품 가입이 이뤄질 경우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이다.
삼성카드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교육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곰곰TV를 출시했고 신한카드는 사내벤처 조직을 주축으로 동호회 플랫폼 '우동'을 발표했다. 지금은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만든 플랫폼은 아니지만 고객유치 성과에 따라 사업 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
간편결제서비스 영역 진출도 눈에 띈다. BC카드는 2018년말 QR코드를 이용한 결제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단말기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독자적 QR 코드를 생성한 뒤 모바일로 현장 결제를 하는 식이다. 하나카드도 하나1Q페이를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본업을 통해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는 의미"라며 "사업을 다각화해 수익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향후 생존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