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금 조달 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카드채 발행이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이 늘었다. 카드채를 과도하게 발행했다가 카드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금융권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금융 당국의 우려가 상당한 영향을 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KB국민·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등 국내 전체 카드사는 작년 한해 16조8550억원 규모의 카드채를 발행했다. 전년 발행 규모와 비교해 17.4% 감소한 수준이다.
국내 카드채 발행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선 건 2016년 이후 약 3년만이다. 2016년 12조6550억원이었던 카드채 발행 규모는 2018년 20조4050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좁아진 카드채 자리를 차지한 건 ABS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전체 카드사가 지난해 약 5조원 규모의 할부금융채권 기초 ABS를 발행했다고 집계했다. 전년 2조6000억원 수준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ABS는 채권과 부동산 등의 자산을 증권화한 것이다. ABS 발행에는 재무 안전성 등이 고려되기 때문에 채권보다 발행 요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유동화 전문회사(SPC)를 설립해 자산을 양도하고 이를 기초로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금융시장에서 카드채(회사채)를 비롯해 CP(어음), ABS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서비스에 투입해 수익을 낸다. 자금조달 비용이 낮고 서비스 상품 금리가 높을수록 수익이 커진다.
대부분의 카드사는 자금조달의 절반 이상을 카드채에 의존하고 있다. ABS 비중은 전체의 10% 가량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채 발행 축소와 ABS 발행 확대는 자금조달 채널 다각화 차원"이라며 "작년초 금융 당국에서 유동성리스크 평가체계를 적용하겠다고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작년 초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카드채에 문제가 발생하면 주요 매입처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애먼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자금조달 채널 다양화를 화두로 던졌다는 평가다.
자금조달 창구 확대 방안에 대해 카드업계 의견을 수렴한 금융 당국은 작년 8월부터 12월 말까지 구체적 정책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했다. 카드업계는 금융 당국이 조만간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자금조달 다변화는 카드사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 "금리가 상승하거나 ABS 발행량이 과도하게 많아질 때 우발채무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