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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 1년 농사는 흉작?

  • 2019.12.11(수) 11:20

위성백 사장 "캄코시티 시행사 대표 입국 성과"
구속영장 기각되고 사태해결 기대난
RRP·착오송금 구제 등 국회 문턱 못넘어

"1년동안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조그마한 성과가 있다."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출입기자 송년 오찬에서 지난 1년 동안의 유일한 성과로 캄코시티의 사태의 주요 관계자인 이 모 월드시티 대표의 입국을 꼽았다.

위 사장의 고백처럼 예보가 추진하겠노라고 했던 2019년 중점사업은 모두 연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작은 성과라는 캄코시티 시행사 대표 국내 입국도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자신있게 내세우기 어렵다.

▲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10일 열린 출입기자 송년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캄코시티 시행사 대표 입국이 예보 성과?

캄코시티는 이 대표가 2003년부터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진행한 신도시 사업이다. 이 사업을 위해 이 대표는 국내법인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 캄보디아 현지법인 월드시티(LMW측 지분 40%·부산저축은행 그룹 60%)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

부산저축은행이 투자한 금액은 총 2369억원으로 부당대출 논란이 일었다. 당시 LMW는 자본금이 11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였다. 이 대표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들의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게 대출 배경으로 꼽혔다.

이후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예보가 파산관재인을 맡았다. 약속됐던 후속투자도 중단됐다.

예보는 월드시티로부터 대출원금에 지연 이자를 더해 6500억원을 받으려 하고, 월드시티는 반대로 부산저축은행의 사업약정 이행 불능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고 압류된 지분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태다.

캄보디아에 체류 중이던 이 대표는 정부의 계속된 송환 움직임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지난달 자진 입국했다.

예보가 참여한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은 이 대표를 곧바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이 씨에 대한 체포영장 범죄사실과 본건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사실이 사실관계 구성이나 법률적용에서 상당한 정도로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동안 예보와 검찰 등 부산저축은행을 둘러싼 당국이 이 대표를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해왔지만 실제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부족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대표와 예보가 벌이던 캄보디아 현지의 소송은 이 대표의 승소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대표는 국내에 체류하며 관련 소송과 검찰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예보는 이 대표의 송환을 유일한 실적으로 꼽았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머쓱해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건 초기 원활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예보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 예보료 세분화·RRP·착오송금 구제 등 갈길 멀어

한편 예보가 올 한해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사업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예보는 올해 중점사업으로 ▲차등평가보험료율 등급 세분화 ▲RRP(회생·정리계획)제도 도입 ▲착오송금 구제사업 등 세가지를 선정했다.

하지만 이 중 예보 자체적으로 진행이 가능한 것은 '차등평가보험료율 등급 세분화' 뿐이다. 연내도입은 이미 물 건너갔다.

예보는 이 제도의 도입을 오는 2021년으로 보고 업계 의견을 듣는 중이다. 이마저도 '줄세우기'라는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RRP제도와 착오송금 구제사업은 모두 국회의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다. 두 제도 모두 관련 법안은 올해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정무위원회)에 막혀있다.

금융위기 등이 발생했을 때 대형 금융회사들이 미리 회생 계획을 작성하는 RRP제도는 법안이 발의돼 지난달 21일 정무위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다른 법안에 밀려 논의를 아예 하지 못했다.

착오송금 구제사업의 경우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일부 의원의 반대에 막혀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착오송금 구제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과 돈을 잘못 받은 수취인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문제 등이 논쟁 중이며, 일부 의원은 해당 사업을 예보가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해당 법안들은 이번 국회에서 사실상 처리가 어려울 듯 보인다며 "내년에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존사업도 큰 성과없다' 평가

예보가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부실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 업무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는 방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예보가 내놓은 '파산저축은행별 자금지원 및 회수현황'에 따르면 파산한 저축은행 31곳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27조1701억원이다. 이 중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14조8569억원, 그리고 향후 회수 가능하다고 추정한 금액은 1조8297억원에 불과했다. 13조272억원은 회수가 어렵다는 얘기다.

또 예보는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자율경영을 보장한다며 DLF 사태가 터진 뒤 두달이 지나도록 관련 보고조차 듣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보는 지난해부터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아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펀드에 대해 설명확인이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중점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시행하지 않아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받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조사만 제대로 진행됐다면 DLF 사태는 예방하거나 피해 규모라도 줄일 수 있었다"며 "자회사인 서울보증보험의 방만 경영과 전 노조위원장의 뇌물수수 등 올해 불거진 크고 작은 문제점만 해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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