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추진 중인 '착오송금구제' 사업이 정치권의 공감을 얻지 못해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착오송금은 소비자가 금융거래 과정에서 착오로 돈을 잘못보낸 것을 뜻하는데, 올해만해도 6만5732건, 액수로는 1150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착오송금 절반 이상은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착오송금구제 사업은 예금보험공사가 기금을 만들어 착오송금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을 권리를 사온 뒤 수취인에게 대신 돌려받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착오송금구제 사업은 예금자보호법의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현재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개정안이 정무위에서 논의 중이다.
개정안에는 예금보험공사의 업무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업무를 추가하고, 착오송금 관련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착오송금구제계정과 자료제출 요구권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논의 중인 국회 정무위 내에서도 착오송금구제 사업을 도입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초기안에 따르면 정부의 재정 투입도 반영됐지만 이 부분은 예보가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사업의 도입 이유에 대한 공감대부터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열린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개입할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부실화된 은행을 보험 들어 예금자 보호하자는 기관이 왜 국민 세금을 들여 이런 것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송금할 때 확인 절차를 추가해 착오송금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맞다"며 "해외에도 이런 사례는 없고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예보 측에서는 정부의 자금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원이 들어가는 부분은 착오송금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실화될 경우 발생한다. 예보는 착오송금구제를 위한 소송을 할 경우 20% 가량은 패소해 예상회수율이 80%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예보는 손해가 없고 회수하지 못하는 20%는 착오송금인들이 부담하는 셈이라는게 예보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착오송금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채권 가격만 놓고 볼때의 이야기라는 지적이다. 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인프라에 대한 비용은 따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
예보는 착오송금구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경우 본부에 전담 부서를 만들고 각 지역에 상담접수센터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약 100명의 직원이 충원돼야 한다고 예상했다. 사업 초기에는 기존 인력을 활용하고 향후 증원은 최소화하겠다는 게 예보의 입장이다.
또 착오송금에 따른 자진반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때 들어가는 소송비용도 계산되지 않았다. 예보에 따르면 소송을 통한 착오송금구제가 필요할 경우 착오송금 한건당 우편통지비용 5000원이 발생한다.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재원을 부담해야 할 금융권의 불만도 여전하다. 예보에 따르면 매년 약 350억원 규모의 착오송금구제 사업용 기금이 필요하다. 개정안의 부칙에 소급적용을 한다는 규정이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사업 초기에는 약 7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금이 없다면 이는 모두 금융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보험 등에서 예보료 인하를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은데 예보가 자기들의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지만 자금은 금융업계에서 조달하라는 것은 반발이 뻔하다"며 "각 금융사들이 착오송금을 방지하기 위한 인프라를 각자 구축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는 예보의 착오송금구제 내용이 담긴 예금자보호법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의때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 법안소위에 올라온 법안은 소속 의원의 반대가 한 표만 나오더라도 통과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