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6800억원 규모의 부산저축은행 채권회수가 걸려있는 캄보디아 '캄코시티' 관련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에 따라 현지 시행사 지분 60%를 인정받아 사업재개를 위한 대주주 지위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예보는 채무자인 캄코시티 현지 시행사 월드시티 대표 이모씨가 예보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청구소송을 캄보디아 대법원이 지난 27일 기각함에 따라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고 밝혔다. 3만8000여명의 부산저축은행 파산 피해자의 구제길이 열린 것이다.
캄코시티는 2003년부터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건설 중인 신도시 사업이다. 이씨는 2005년부터 국내에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를 두고 현지법인 월드시티(LMW측 지분 40%·부산저축은행 그룹 60%)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 부산저축은행은 2369억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분양에 차질을 빚는 등 캄코시티 사업이 중단됐고 2012년 3월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대규모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예보는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으로 대출채권과 부산저축은행이 보유한 월드시티 지분 60%를 확보했으나, 이씨가 2014년 2월 예보가 넘겨받은 지분 60%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채권회수 작업에 발목이 잡혔다. 예보가 대여금청구소송 및 대한상사중재판정에서 승소하며 대출채권 집행권을 확보했지만 지분반환소송에 패할 경우 캄보디아 현지 자산 회수가 어려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지분을 인정받은 만큼 대주주 지위를 회복하면 사업재개를 통한 채권회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예보 관계자는 "그동안 법적 분쟁으로 인해 월드시티 지분 60%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어려웠지만 이번판결로 지분을 인정받아 이모씨 대표 해임과 함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절차를 캄보디아 정부에 공식 요청할 것"이라며 "경영권 확보를 위한 법적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6년동안 끌어오던 소송이 끝났지만 예보는 또다시 묶여있는 의결권을 풀어달라는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채권회수를 위해서는 캄코시티 사업재개가 가장 좋은 해결책인 만큼 예보의 경영권 회복은 최우선 과제다.
예보는 경영권 확보와 사업재개를 위해 캄보디아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인 만큼 외교부의 협조도 요청할 방침이다.
아직 캄코시티 사업정상화 방안이 구체화 되진 않았지만 이 역시도 양국 정부의 협력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예보 관계자는 "(캄코시티 사업정상화 방안은) 캄보디아 정부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고 국토부, LH공사와 협력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며 "사업이 정상화 되면 확보한 부지의 토지가격이 올라간 상태여서 6800억원 채권회수를 비롯해 더 큰 금액의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소송을 비롯해 사업재개 이전에 사업성검토, 타당성검토 등 용역을 추가적으로 진행해야하는 등 물리적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올해안에 채권 회수 자체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예보 관계자는 "일단 사업재개가 가능한 가장 중요한 법적 분쟁이 끝났기 때문에 채권회수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캄보디아 정부와 협력해 의결권 회복을 비롯해 멈춰있던 캄코시티 사업재개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가 월드시티로부터 받아야할 금액은 원리금을 포함해 총 6800억원(지난해 12월말 기준) 규모다. 그동안 5000만원 한도 예금자들은 예보기금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았지만 5000만원 이상 예금한 고객들과 후순위 채권자 3만8000여명은 아직까지 피해구제를 받지 못했다. 이들이 돌려받아야할 금액은 총 4700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