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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CEO들이 해마다 '스타벅스' 강조하는 이유

  • 2020.01.16(목) 17:09

윤종규·김광수 회장, 허인 행장 이어 김정태 회장도
스타벅스, 디지털 혁신으로 금융기능까지 갖춰
"국내판 스타벅스는 네이버·카카오" 전망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해마다 '스타벅스'를 잠재적 경쟁자로 꼽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견고했던 금융업권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타벅스가 대표적인 사례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오픈뱅킹 활성화, 데이터 3법의 통과로 국내 금융사들의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판 '스타벅스'는 어느 회사가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 왜 스타벅스에 주목하나 

금융사 CEO들이 스타벅스를 새로운 경쟁 상대로 꼽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등이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경쟁상대 혹은 배워야 할 기업으로 스타벅스를 꼽았다.

올해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회사마저 금융회사의 경쟁상대"라며 "스타벅스는 규제 받지 않는 은행이라 칭해도 무방할 것"이라며 '스타벅스 언급' 대열에 합류했다.

금융업계 수장들이 스타벅스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스타벅스가 최근 10년 사이 펼친 마케팅 활동과 연관이 깊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는 2001년 선불식 충전카드 방식의 '스타벅스 카드'를 출시했다. 말 그대로 일정 금액을 카드에 충전하고 원할때 이 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스타벅스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영업중이라는 점이다. 스타벅스 카드 이용고객이 늘어날수록 스타벅스는 두둑한 현금을 쌓아둘 수 있게 된다. 은행으로 따지자면 수시입출금식예금 고객을 전 세계에서 끌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스타벅스 아메리카의 부채 중 스타벅스카드 충전금액과 이연수익은 12억6900만 달러, 약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스타벅스 카드라는 '수시입출금식 상품'에 예치된 금액이 1조5000억원이 훨씬 넘는다는 얘기다.

스타벅스 카드는 단순 '예금'의 기능을 넘어 '결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특히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가 디지털화를 강조하면서 2011년에는 스타벅스 앱을 출시, 스타벅스 카드 충전내역을 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내에서는 스타벅스 앱 결제 사용자가 2000만명이 넘어서며 애플페이, 구글, 삼성페이 보다 더욱 많이 사용되는 간편결제 수단이 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커피회사를 넘어 예치, 간편결제 등 금융회사의 기능을 갖춘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경우 최근 암호화폐 발행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몇년 전부터 스타벅스는 커피회사가 아닌 핀테크 회사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판 '스타벅스'는 어디 

국내 스타벅스 역시 '스타벅스 카드'를 발행하고 스타벅스 앱 등을 통한 결제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주요 금융사와 비교하기에 규모가 크지는 않은 편이다.

이에 국내로 한정하면 금융지주 수장들이 예로 든 '스타벅스' 가 될 회사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ICT기업이 될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네이버가 2015년 출시한 간편결제서비스 '네이버페이'의 경우 현재까지 누적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가 서비스 하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거래액이 2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가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는 배경에는 모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탈사업 등을 영위하면서 꾸준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스타벅스가 오랜기간 전 세계에서 확보한 고객 층을 바탕으로 디지털 그리고 금융회사의 경쟁상대로 떠오르는데 성공했다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온라인에서 쌓아온 고객을 바탕으로 간편결제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스타벅스·네이버·카카오 모두 '충분한 고객층' 이라는 인프라가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오픈뱅킹 전면 실시, 올해 데이터 3법의 통과로 이들 기업이 금융산업에 진입하기 더욱 수월해지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더 적극적으로 채비를 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12월18일 오픈뱅킹 출시 기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네이버는 '네이버 파이낸셜'을 설립해 보험‧증권 등으로 업권 확장을 계획 중이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오픈뱅킹 출범 이후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오픈뱅킹 등록을 하도록 해 고객의 은행 계좌 데이터 수집에 나섰다. 나아가 신용등급 확인,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등의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공룡 IT 기업은 수천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인프라가 이미 확보됐다. 스타벅스가 오랜시간 충성 고객을 확보한 것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서비스에 융합 하면서 금융사의 경쟁상대로 꼽히게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내에서 단기적으로 생각해 봤을때는 IT 공룡 기업이 금융사의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나아가 데이터 3법의 통과로 다른 업권도 금융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것이 타 업종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나 언제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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