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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카드사, 코로나사태 존재감 '속앓이'

  • 2020.05.14(목) 10:11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코로나 역학조사 핵심 역할
존재감이 수수료 인하·규제강화로 돌아올까 고심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지니 또 수수료 인하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지금은 카드사 인프라를 잘 활용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혀 다른 분위기였잖아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인데 어쩌겠습니까."

카드사가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카드사가 보유한 인프라가 긴급재난지원금 제공 채널로 활용되고 결제데이터가 코로나 확진자 역학조사에 핵심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이 커졌지만, 이것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는 지난 11일부터 각 회사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정부 재난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카드사는 지난주말 내내 관련 정보 발송에 여념 없었고 금융당국 자제 권고에도 일부 마케팅 활동도 목격됐습니다.

오프라인 카드가맹점에서 결제가 이뤄지면 카드사는 가맹점 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받습니다. 재난지원금은 올 8월말까지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 금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카드사 매출에 긍정적입니다.

이번 재난지원금 규모는 약 12조원. 카드로 지급되는 금액이 60%라고 가정하고, 시장점유율 10%인 한 카드사가 연매출 3억~5억원 수준의 중소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 1.3%가 일괄 적용된다고 치면 이에 따른 신규 매출은 95억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매출이 증가한데 비해 이익은 크지 않습니다. 지원금 결제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회사마다 억단위 비용이 투입됐고, 포인트 형식으로 비용을 지급한 이후에 정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 사이 자체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따릅니다.

물론 카드업계 덩치를 생각하면 이로 인해 카드사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정산을 안해줄리도 없고요. 다만 지원금이 카드 이용한도 외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 형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자금운용 계획에 일부 차질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원금 제공이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 금액 자체가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돈을 벌기 위해 해당 사업을 추진한다기보다 국가적인 재난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카드사가 가진 인프라를 활용한다고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경기도는 지역화폐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지역화폐 운영 대행사의 업무 과부하로 카드 발급과 배송 관련 민원 폭탄을 맞았습니다. 정부는 기존에 발급된 카드를 활용해 경기도 사례가 반복되지 않게 신경을 썼습니다.

카드사 인프라가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된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확진자 역학조사 과정에서 활용된 카드사 결제 데이터입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결제 데이터를 CCTV와 스마트폰 기록 등과 함께 한국의 코로나 대처 원동력으로 꼽았습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를 실시한 점도 눈에 띕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카드사 레버리지 배율을 6배에서 8배로 확대해 대출사업을 좀 더 할 수 있게 해주면서 내건 명분도 코로나로 무너지는 가계경제를 지원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적 영향도 다른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오프라인 가맹점 결제는 줄었어도 온라인 결제가 늘어나면서 결제 수수료 수익이 예년 수준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래저래 코로나 속 카드사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코로나 효과' 보다 '코로나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자체적으로 성과를 창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과를 운운하기 어렵다"며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나온 긍정적인 평가는 코로나가 끝나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면 소상공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건 수수료 추가인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반대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1년전 금융당국이 강조한 카드사 건전성 강화안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카드사 건전성 강화는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장 큰 수익원인 카드 수수료가 줄어드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대출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민감한 이슈입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 자체는 되돌릴 수 없을 것 같다"며 "코로나 상황과는 별개로 업계가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은 기존과 변함없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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