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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금융의 길]언택트, 컨택트의 깊이를 더하다

  • 2020.06.18(목) 10:04

[비즈니스워치 창간 7주년 기획 시리즈]
변준균 한화생명 연수팀장 인터뷰
경기도 최초의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제공
"의료진부터 공무원까지 대한민국 저력 확인"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세계 여러나라가 부러워 할 만큼 성공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질병관리본부, 의료진, 일선 공무원뿐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의 헌신이 깔려있다. 경제의 혈맥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의 노력도 조명받을 만하다. 금융시스템이 건재했기에 영세상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이뤄질 수 있었다. 금융기관의 알려지지 않은 노력을 조명한다. [편집자]

대구에서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한창 급증하던 지난 3월 3일.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연수원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행정안전부 소속 사무관. 용건은 급박하고도 간단명료했다. 연수원을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변준균 한화생명 연수팀장(사진)과 한화생명은 즉각 결단을 내렸고, 한화생명 연수원을 경기도 최초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그러면서 한화생명 연수원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3~4월 한 달 반 동안 감염병 전쟁의 후방기지로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변 팀장은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새삼 깨달았고 또 언택트 시대의 미래도 그려볼 수 있었다고 한다.  

변준균 한화생명 연수팀장 [사진=한화생명]

K방역의 주역…경기 '1호 생활치료센터' 되기까지

2월 18일 31명 수준에 불과하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대구 신천지교회 내 집단감염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3월 3일 4812명까지 늘어났다. 14일 만에 누적확진자 수가 1만5000% 증가한 것이다. 지금은 생활치료센터가 'K방역'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당시에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때였다.

생활치료센터 :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경증환자를 격리·치료하는 방역체계로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대구·경북지역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이 부족해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중증환자에 의료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경증환자도 격리 후 의료진의 관리를 받으면서 감염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변 팀장은 "일부 기업들이 대구·경북 지역에 있는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면서 "경기권에선 아직 움직임이 없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급박해진 만큼 본사에 확인하겠다고 답하고 곧바로 본사에 알렸다"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4월 개원한 라이프파크 연수원은 한화생명 직원과 소속 설계사들이 연간 1만 2000명가량 이용하는 교육시설이다. 직원들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감염 우려와 시설관리 등에 대한 고민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정을 미룰 상황이 아니었다. 한화생명 본사와 그룹의 결정도 빨랐다. 변 팀장은 다음날 바로 행안부에 시설 제공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경기도 첫 생활치료센터 지정이 곧바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최종 결정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관리책임은 지자체인 경기도로 이관됐다.

분당서울대병원과 경기도, 가천대학교 감염학과 교수들이 9일 적합도 평가를 위해 연수원을 찾았다. 1차 실사였다. 주변 환경 및 시설 이용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이후 본격적인 팀이 꾸려지며 14일 생활치료센터에 들어올 의료진을 비롯해 준비를 도울 경기도 및 중대본 공무원, 한화생명 연수원 시설 관리인력 등 30여 명이 연수원에 모였다.

변 팀장은 "준비팀 모두가 연수원을 돌면서 환자와 관리인력 배치를 위한 장소 선정, 동선을 일일이 체크하고, 이를 분리하기 위한 가벽과 칸막이, 바닥재, 오물과 폐수 처리 등 매우 세세한 부분들을 협의하고 계획했다"면서 "방역과 관리, 경비에 이르기까지 공무원 간 연결과 협조가 매우 빠르고 잘 이뤄져 감탄했고 감염학과 교수들과 의료진들이 단계마다 세세한 부분들을 점검하면서 수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냉·난방과 관련해 숙소 내 공중으로 연결된 부분이나 외부로 구멍이 뚫려있는 부분도 비닐로 막아 차단하는 공사도 진행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한화생명 라이프 파크 연수원 전경. 경기도 1호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돼 지난 3월 19일부터 4월 29일까지 총 201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이용했다. [사진=한화생명]

3개 건물이 연결된 구조를 가진 9000평에 가까운 연수원 건물이 생활치료센터로 거듭나기까지 1차 실사 이후 단 열흘이 걸렸다. 공사기간 4일을 제외하면 5일 만에 모든 준비작업을 마친 셈이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일사천리로 작업을 마무리하는 장면을 보면서 변 팀장은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순간에 발휘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는듯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3월 19일 경기도, 한화생명, 분당서울대병원의 업무협약으로 드디어 '경기도 제1호 생활치료센터'가 탄생했다. 이날 3명의 입소를 시작으로 총 201명의 환자가 이곳을 거쳐갔다. 기저질환으로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93명은 평균 3.7일 정도 머문 뒤 무사히 귀가했다. 나머지 5명은 생활치료센터 종료 시점에 맞춰 2호 생활치료센터로 옮겨갔다.

경기도 1호 생활치료센터는 42일째인 4월 29일 그 임무를 마치고 종료됐다. 전국 확진자 수가 한자리로 떨어지자 경기도가 내린 결정이었다.

코로나19 환자들이 머물렀던 한화생명 라이프 파크의 숙소동 전경. 중간 교육동과 1, 2층이 연결된 구조기 때문에 환자들은 입구에서부터 가벽을 친 엘레베이터를 통해 공간이 분리된 3, 4층을 이용했다. [사진=한화생명]

의료진부터 군인까지 한마음으로

라이프파크는 2인 객실 총 200개를 갖추고 있어 400명이 동시 숙박할 수 있다. 이 중 환자들은 연결된 건물의 맨 안쪽에 위치한 숙소동의 3, 4층 객실을 이용하도록 해 공간을 분리했다. 환자용 객실로 100개를 따로 배정했고, 공무원과 의료진, 경찰, 군인 등 관리인력을 위한 객실도 60개 마련했다.

숙소동과 연결된 교육동 1층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의 업무공간이 꾸려졌다. 검사에 필요한 의료장비와 함께 인터넷을 연결해 분당서울대병원과 실시간으로 화상진료가 가능한 화상시스템을 연결했다.

변 팀장은 "매일 의료진이 환자 핸드폰과 연결해 화상 원격진료를 실시했고 분당서울대병원 본원과도 실시간으로 연결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진료를 진행했다"면서 "상당히 최첨단 진료가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환자와 의료진을 비롯한 관리인력의 동선을 아예 분리했지만 직접적인 접촉을 아예 피할 수는 없었다. 환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경우 전신 방호복을 입고 관리자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나올 때는 환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소독박스에서 방역 과정을 거쳐 방호복을 벗어야 다시 근무지로 이동이 가능했다.

관리인력은 ▲경기도 운영관리 인력 12명 ▲상주 의료인력 6명 ▲비상주 의료인력 9명 ▲소방·구조구급팀 3명 ▲방역업체 인력 3~4명 ▲경비·보안을 위한 군인·경찰 등을 포함해 상주(40명), 비상주(18명)를 합해 평균 60명가량 근무했다.

결과적으로 한달 반에 가까운 생활치료센터 운영기간 동안 시설 내 감염은 없었다. 그만큼 관리인력들의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됐다는 얘기다.

변 팀장은 "관리인력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의견을 나누며 보완해 나갔기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격리된 공간에 모여 있었음에도 얼굴 붉힐 일도 전혀 없었다"라고 소회했다.

생활치료센터를 마치면서 방역도 철저히 진행했다. 경기도가 분사방역과 객실마다 훈증방역을 통해 2중 방역을 마쳤고, 방마다 바이러스배양 키트를 배치해 이후 기술적으로 바이러스 검출이 나오지 않음을 확인하고 방역완료 보고서까지 전달했다. 자자체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코로나19, 가야할 길에 부스터를 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연수 방향도 바꿨다고 변 팀장은 말했다.

그는 "최근 온라인교육을 늘리고는 있지만 온라인으로 안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집합교육을 해왔고, 경영진도 온라인교육에 대해 기본적인 불신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로 어쩔수 없이 언택트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효과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경험했고, 그러면서 언택트 교육이 2~3년은 당겨진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덕분에 보수적이던 경영진의 공감대도 이끌어냈다. 변 팀장은 강의장 하나의 벽면에 참여자 30여명의 모습을 띄워 즉각적인 반응을 보면서 강의할 수 있는 라이브 원격 강의를 목표로 언택트 교육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컨택트를 어떻게 잘 할 것이냐가 언택트의 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어차피 갈 길인데 코로나19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진 만큼 이번 기회에 열린 마음으로 더 다양한 시도에 나설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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