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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케이뱅크는 중금리대출 시장에 남아있을까

  • 2020.11.13(금) 15:20

신용대출 늘려 카카오뱅크와 격차 좁히기
출범 당시 내세운 중금리대출 확대 주목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가 BC카드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의 유상증자를 통해 최근 영업을 재개했는데요. 당초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을 때 내세웠던 중금리대출 시장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포인트입니다. 국내 중금리대출 시장은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권이 꽉 잡고 있습니다.

◇ '중금리대출' 위해 태어난 케이뱅크

국내 인터넷은행 설립시도는 과거에도 몇차례 있었습니다. 2002년에 안철수연구소와 이네트퓨처가 롯데, SK 등과 함께 '브이뱅크' 설립을 추진한 적이 있었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무산됐습니다. 2008년에는 금융당국이 은행법을 개정해 인터넷은행 도입을 추진했지만 마침 미국발 금융위기로 흐지부지되면서 논의가 멈췄습니다.

다시 인터넷은행 바람이 분 것은 2015년 들어서부터입니다. '천송이코트 사건'을 계기로 핀테크 바람이 불었고요. 인터넷은행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인터넷은행 설립을 금융개혁의 주요과제로 꼽았습니다. 민간이 주도하고 당국이 밀어주는 장면이 연출된 겁니다.

금융위의 대표적 지원책은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 지분을 최대 34%까지 갖도록 특례법을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의 경우 은행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습니다. 이른바 '은산(銀産)분리' 원칙입니다. 금융당국이 은산분리 원칙을 대폭 완화시켜 은행업 문턱을 낮춰준 셈입니다.

도전장을 낸 곳은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 아이뱅크 등 세 곳이었습니다. 금융위는 ▲사업계획의 혁신성 ▲주주구성과 사업모델 안정성 ▲소비자 편익증대 ▲금융산업 발전 및 경쟁력 기여 ▲해외진출 가능성 등에 기초해 인가작업에 나섰는데요. 기존 금융 관행과 차별성, 금융서비스 발전여부가 주요 포인트였습니다.

그렇게 선정된 두곳이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입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중금리대출 시장 진출을 내걸고 매력을 어필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케이뱅크는 계열사와 주주사 등과 협력해 독자적 신용평가 정보시스템을 구축한 뒤, 연 금리 7~8% 수준의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두자릿수 금리의 제2금융권 상품과 차별화에 성공할 것이고,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연간 1300억원 가량의 이자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후에는 펀드판매와 방카슈랑스, 신용카드 사업 등에 진출해 궁극적으로 '원스톱 소호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가까스로 살아남은 케이뱅크

그렇게 케이뱅크는 2016년 12월 은행업 인가를 받고 이듬해 4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범했습니다. 지점 운영에 비용이 들지 않는 만큼, 대출금리를 낮춘다는 전략이 주효했을까요, 케이뱅크는 출범 20여일만에 신규계좌가 228만좌 개설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은행이 대출을 확대하려면 자본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자기 돈이 있어야 남의 돈을 끌어와 남에게 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돈 없는 상태에서 남의 돈만 갖고 영업하다가 자칫 사고라도 날 경우 애먼 고객도 피해를 입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케이뱅크 역시 대출이 늘어날수록 자기자본을 확대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됐는데요.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한 KT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문제가 되면서 증자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결국 1년 넘게 신규대출이 중단됐고요.

하지만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는 일. 케이뱅크가 진짜 망하게 생겼다는 우려가 나올 즈음 KT는 지분 10%를 자회사인 BC카드에 넘기고, BC카드로 하여금 유상증자에 나서게 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BC카드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과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게 올해 7월입니다.

그 사이 국회는 KT의 발목을 잡았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을 심사할 때 공정거래법 위반관련 심사를 완화해준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향후에라도 KT가 실탄을 직접 마련해 케이뱅크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경쟁사와 크게 벌어진 체급
 
케이뱅크는 가계대출 3종을 출시하며 증자를 받자마자 시장에 복귀했지만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와 격차는 상당히 크게 벌어진 상태였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자산총액은 23조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자산총액은 3조원에 불과합니다. 카카오뱅크 몸집의 8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건전성도 나빠졌습니다. 작년 6월 말 케이뱅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7%입니다. 카카오뱅크 0.2%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수익성 개선 역시 시급합니다. 케이뱅크 출범 당시 2017년 순손실은 255억원이었는데, 지난해는 100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손실 규모만 2900억원에 달합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순이익 13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금융권에선 케이뱅크가 출범 당시 내세웠던 중금리대출 확대 목표를 계속 추구할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중금리대출을 중심으로 파이를 키우려했지만 지금의 위기를 탈출하려면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에게만 대출을 해줘 리스크를 낮추면서도 이익을 늘리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조짐은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케이뱅크의 신규 중금리대출 규모는 1557억원으로 예년과 비슷했지만, 같은기간 신규 신용대출은 1조4016억원으로 출범이후 최대치였던 2017년 2분기 7593억원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중금리대출 비중이 그만큼 낮아진 겁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케이뱅크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낮은 고신용자 대출에 끌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케이뱅크 행보에 저축은행도 촉각

영업정상화 이후 케이뱅크의 모습은 카카오뱅크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카카오뱅크가 신용등급 1~4등급의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일으킨 대출잔액은 전체의 98% 이상입니다. 지금의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면 케이뱅크 역시 인가 취득 당시 내놓은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될 겁니다.

중금리대출 시장에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축은행과 신협 등과 같은 제2금융권 업체들이 주름잡고 있는 중금리대출 시장은 규모가 상당합니다. SBI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 시장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해 올해 상반기 자산규모가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는데요. 같은기간 제1금융권에 속하는 제주은행의 자산규모 7조원을 크게 앞섰습니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중금리대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와 주주사 협력으로 무장한 케이뱅크는 제2금융권에 위협"이라며 "은행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은행을 선택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상위권 저축은행 대부분은 핀테크 업체 협업을 통해 신용평가체계와 담보가치 산정작업 등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각종 데이터로 무장한 케이뱅크가 최신 기술을 무기로 시장 안에서 메기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통신사와 금융사, 유통업체와 게임업체 등 케이뱅크의 그룹 계열사와 주주사 면모만 봐도 사업 확대 여지는 충분합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설립 취지를 빗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고생 끝에 영업을 재개한 케이뱅크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고 시장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하나하나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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