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한국씨티은행이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통매각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매각 추진에 나섰다. 최근 대출 금리 인하에 이어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고객 붙잡기에 적극적인 점도 통매각 여건을 가능한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전체 매각과 부분 매각, 단계적 사업 철수 3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내 씨티그룹 계열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통해 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접수에 나섰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씨티그룹의 소매금융 철수 결정에 따라 지난달 말 철수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첫 이사회를 소집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내 직원들의 고용 유지 등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해 단계적 철수보다는 매각에, 부분 매각보다는 통매각에 좀 더 무게를 둔 철수 방안을 모색해왔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고용 인력이 2500명에 달해 청산 시 구조조정에만 1조원에 넘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소매금융 철수를 진행 중인 13개국 국가에서 개별적인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싱가포르 OCBC은행과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금융사들이 아시아 지역의 씨티은행 소매금융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 것도 통매각에 대한 기대를 일부 열어놨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최근 한국씨티은행이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예금 금리를 높여 여수신 고객을 붙잡으려 하는 것도 통매각에 유리한 요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씨티은행은 최대 2%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이벤트에 나섰다. 만기지급식인 프리스타일예금을 1000만원 이상 가입할 경우 3개월 연1.80%, 6개월 연1.90%, 12개월 연2.00%의 세전 금리를 제공한다. 3000명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품까지 내걸어 수백억원의 예금 유지를 겨냥했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고금리 정기적금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는 것과 달리 1년간 목돈을 묶어두는 예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은행 여수신 규모를 일정 규모로 유지해 통매각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씨티은행이 직장인신용대출 등 대출상품 전반에 대한 금리를 인하한 것도 씨티은행은 기준금리 변동에 따른 단순 반영이라고 밝혔지만 고객 유지를 통해 전체 매각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실제 소매금융 철수 방침 이후 예금·대출 등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났고 기존에 가입된 상품의 만기 이후 자금 이탈 등이 우려되면서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다만, 씨티은행의 통매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매각 가격이 최대 2조원에 달할 전망인데다 국내의 경우 유력한 매각 후보자 물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