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심사할 때 ISMS(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획득 여부나 금융관련법률 위반 이력, 다크코인 취급 여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은행연합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이하 평가방안)'을 공개했다.
최근 여타 가상화폐 거래소의 존망을 비롯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현재 실명계좌로 운영 중인 4대 거래소의 거래연장 여부가 은행의 추가 심사 대상에 오르면서 거래소 심사평가 방안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평가방안은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검증하는 과정에 쓰이는 공통 지침이다.
지난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오는 9월24일까지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받았다는 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융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사실상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위험성 등을 종합평가하는 키를 쥔 셈인데, 당국이 별다른 지침을 마련해 주지 않아 은행연합회가 공통 지침을 마련했다.
은행연합회는 평가방안을 적용하는 은행별로 기준이 조금씩 달라 시장에 혼란이나 부작용이 일 것을 우려해 평가방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방안이 알려지며 왜곡된 내용으로 부풀려지는 등 혼란이 커지자 주요 내용을 공개키로 한 것이다.
평가방안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 위험 평가업무 단계를 △필수요건 점검 △고유위험 평가 △통제위험 평가 △위험등급 산정 △거래여부 결정 등으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참고할 수 있는 평가지표와 평가방법을 예시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필수요건 점검 항목에는 자급세탁방지 정책에 따른 △ISMS(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획득 여부 △예치금·고유재산 및 고객별 거래내역 구분·관리 여부 △외부해킹 발생이력 △금융관련 법률 위반 이력 △다크코인 취급 여부 등의 항목이 포함됐다.
최근 논란이 된 특정 고객직업에 따른 평가 기준은 고유위험 평가항목에 담겼다. 고유위험 평가 항목은 △국가위험 △상품·서비스의 위험 △고위험 고객 관련 위험 등을 평가항목으로 두고 고위험 국적 고객이나 고위험 업종 고객이 많을수록 위험을 가중토록 하고 있다.
통제위험 평가에서는 △AML(자금세탁방지) 내부통제 수준 △내부감사체계 구축 여부 △고객확인 충실도 △전사위험평가 수행 여부 등을 평가지표로 예시·설명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이들 평가항목 중 고유위험과 통제위험 평가를 종합해 위험등급을 산정하고 거래여부를 결정하도록 제시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정치인 등 자금세탁위험 우려가 큰 특정 직업군의 거래가 많은 거래소의 실명계정 발급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금법은 거래소를 통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법으로 자금세탁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나 업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FATF) 권고사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자금세택방지 규정을 참고해 기준을 마련한 만큼 특정 기준만으로 평가가 쏠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의 평가방안과 별개로 실제 은행의 평가 기준은 직업군을 보다 세분화해 적용하고 있다"라며 "특히 고위험 업종 고객 수 등은 100여개 위험 평가지표 가운데 하나로 실명계정 발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 요건의 경중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잣대는 필수요건들이 해당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평가방안 발표가 논란을 잠재울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아닌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제재가 큰 만큼 위험성이 높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기존에 실명계좌를 발급해 줬던 거래소들에게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