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저물어 간다. 올해는 보험 산업에 있어 특별한 변화가 많이 진행되었다. 1월에는 '1200%룰'이라 불리는 초년도 모집 수수료 규제가 시행되었다. 3월에는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고 9월 계도기간을 끝으로 본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7월에는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이 의무화되어 보험 설계사도 산재 및 고용보험의 제도 속으로 편입되었다. 일련의 변화는 상호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비용의 문제에서 생각해보면 채널별 효율을 따지는 정촉매로 인식된다.
다이렉트 등 비대면 모집 수단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설계사로 상징되는 대면채널은 신계약의 90% 이상을 모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설계사가 '예전 같지 않다'란 말을 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세상이 대면채널에 영향을 미쳐 비용축소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대다수의 보험사는 설계사 대면 집합 교육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전속채널의 교육비나 영업추진비용 등의 예산도 대폭 삭감되었다. 모집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도 코로나 시기 보험사의 영업이익이 높았던 이유는 매출 증대 보다는 비용 효율 개선에 기인한다.
하나씩 살펴보면 1200%룰은 비대해지는 독립법인대리점(GA)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자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위법계약해지권 5년을 염두한 모집 수수료 분급 확대를 위한 시작이라 볼 수 있다. 또한 특수고용직 고용 및 산재보험 확대 적용은 개별 설계사와 조직의 비용 대비 매출 효율을 따지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대면채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비용관련 주요 화두가 올해 연쇄적으로 등장했다. 끝으로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면 채널 경쟁이 심화되고 채널 간 비용 효율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면채널 내 다양한 조직에 속한 개별 설계사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초년도 수수료가 축소되었고 보험사 간 신계약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보험료 인하 압박으로 수정률도 낮아진 상황이다. 예전처럼 동일한 노력을 투자해도 결실의 효율이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수료처럼 눈으로 보이는 정량적인 매출 하락과 동시에 시상 등도 줄었고 드러나진 않지만 교육 등의 지원도 축소되어 답답한 형국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별 설계사는 생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제3보험의 진단 및 수술 중심의 신계약 전략으론 한계가 명확하다. 이미 보험료 경쟁으로 인해 수정률이 조정된 상황에서 보장보험료에 집중된 수수료(commission)에만 기대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결국 보장 이외 다양한 금융자격을 갖추고 연금저축펀드나 퇴직연금 등을 확대하여 보험사 이외에서도 장기적인 수수료 발생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화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기에 노후 자산과 신탁 등 인구구조 변화의 중심 금융으로 선제적으로 진입해야 한다.
또한 수수료 외 상담료(fee)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입법 및 감독기관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금융자본주의에서 금융문맹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하지만 일반적 소비자가 생활에 밀착한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 상품을 모두 공부하고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수준 높은 지식과 이를 보증할 수 있는 자격을 통해 객관적 상담만으로도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전 국민의 금융 혜택을 늘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보험설계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기동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면채널이 급격하게 축소될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40만명으로 추정되는 대면채널의 상징인 설계사의 영속성은 고용지표의 측면에서도 또한 그들에게 보험계약을 관리 받는 금융소비자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설계사가 비용 축소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춰 상담료를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고 수수료 매출의 다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개별 설계사의 건강한 생존력이 대면채널의 미래 그 자체임을 기억하고 채널 간 경쟁이 심화되는 이 때 대면채널만의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