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 검색

[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②늙어버린 보험산업, 다시 젊어질 수 있나

  • 2021.11.23(화) 09:30

헬스케어가 집중해야 할 지점

인구 감소 및 구조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내 보험 모집 시장은 성숙하고 포화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보험사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헬스케어(health care)에 대한 관심이다. 보험이란 금융은 특성상 신계약을 위해서는 피보험자의 연령이 중요하다. 나이가 많을수록 암과 같은 중대 질병의 발병률이나 만성질환의 합병증 위험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또한 사망 사고의 확률도 상승한다. '상법' 제651조는 계약 전 알릴의무를 규정하는데, 이를 통해 사고 위험이 높거나 사고가 발생한 피보험목적의 인수는 제한된다.

따라서 보험 계약은 고연령자를 대상으로 신계약을 체결하는데 상당한 제한이 따른다. 연령은 곧 피보험목적이 사람인 인(人)보험의 손해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금융과 달리 보험 산업은 인구구조 변화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 납입 여력이 충분한 인구가 고연령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 금융이 실버계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 대조적으로 보험은 해당 계층 공략에 제한이 있다. 또한 기존 장기 인보험 계약의 피보험자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보험료 유출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다. 생명보험뿐만 아니라 손해보험까지 인보험으로 성장했기에 인구 변화의 직격탄에 산업 전체가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 간 보험 산업의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은 거창하게 포장되었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어플리케이션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단순 마케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걸음걸이를 측정하여 포인트를 제공하거나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란 말은 현재 보험 산업이 다루는 헬스케어의 상황을 상징한다.

물론 개인정보나 의료와 관련된 법률의 규제가 워낙 강하기에 헬스케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에는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하지만 규제가 극복되더라도 헬스케어를 단순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보험 산업의 미래를 풍요롭게 만들 수 없다. 이미 모집 시장은 포화되고 경색되었기에 한 쪽의 매출 상승이 다른 쪽의 매출 하락을 야기하는 제로섬게임(zero-sum game)에 돌입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고객은 곧 다른 보험사의 기존 고객이며, 신계약은 필연적으로 승환계약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마케팅 전략을 아무리 펼쳐 신계약 유입을 늘린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헬스케어가 보험 산업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고객 유치 수단으로 활용하여 보험료를 끌어오기 보단 지급될 보험금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도 신계약 동력 저하는 진행 중이며,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보험금의 유출만 남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급된 보험금의 방향은 매우 중요한 화두다. 헬스케어란 용어는 아직 혼란스럽고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기에 오히려 유연하며 자유롭게 변할 수 있다. 따라서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을 보험료 유입보다는 보험금 지급에 집중하여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험사나 보험사를 소유한 지주사가 의료산업과 적극적으로 협업한다면 지급된 보험금의 방향을 통제할 수 있다. 피보험자에게 중대질병의 진단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가령 치매로 진단 받은 피보험자를 보험사나 자회사가 운영하는 요양시설로 입원시킬 수 있다면 지급된 보험금의 방향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예로 오래 전부터 생명보험사의 미래 리스크에서 과거 체결한 고금리 연금보험 계약의 역마진이 언급된다. 이도 연금 개시 시점에 실버타운 등과 연계하여 기존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향후 높아질 질병 위험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을 조정할 수 있는 전략이 가능하다.

결국 보험 산업의 미래는 신규 유입 보험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출 예정인 보험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에 달려있다. 통상 보험금이 지급되면 고객과의 관계가 끊어진다. 하지만 포화된 모집시장에서 보험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험금 지급 이후 고객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지급된 보험금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움직임은 신탁 등 고령 사회의 중심 금융과 협업을 원활하게 만들며, 지주나 그룹사 내 타 금융과의 통합적 고객 관리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보험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기에 통합 금융 서비스의 전초기지 역할을 보험이 담당한다면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보험과 헬스케어의 만남이 아직 초기 단계라 가야할 길은 멀지만 방향은 명확해야 한다. 보험료 유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급될 보험금을 추적하고 다른 금융과의 융합적 성장을 도모하여 한 명의 고객과 끝까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과의 관계맺음이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끝나더라도 유가족과 또 다른 연결을 이어나가는 전략을 무기로 헬스케어를 적극 활용해야 포화된 모집 시장의 문제를 타계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금 지급을 단순하게 손해율 증대로 인식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것에 헬스케어와 보험 산업의 미래가 있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naver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많이 본 뉴스 최근 2주 한달

산업·부동산 경제·증권 디지털·생활경제